사상 최악의 지하철 참사를 빚은 대구지하철 방화 사고는 안전장치 부족과 관계 당국의 미숙한 대응 등에 의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구지하철은 화재감지 경보장치가 미흡했던 것은 물론 사용된 내장재 등도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응 태세도 전혀 갖추지 못해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안전설비 미흡=대구지하철 전동차는 지난 2000년 건설교통부가 차량 안전기준을 만들기 전에 제작됐다. 이로 인해 화재감지 경보장치는 물론 내장재 사용 등에서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다. 97년 대구시 지하철 건설본부에 전동차를 납품한 한진중공업은 당시 계약사양에 선정된 내장재료에 대해 화염성능 시험규격 시험을 실시해 통과했다. 그러나 당시 제작기준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인화성과 유독성을 가진 내장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현재 국내에 운행중인 다른 전동차량의 내장재도 이와 비슷한 규격이어서 유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차량 전문가는 "내장재 제작 기준 등 국내 전동차 안전기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사고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고객차에는 화재발생 때 이를 파악해 운전실이나 중앙통제실로 알려주는 화재감지장치도 없었다. 이 때문에 화재가 처음 발생한 객차의 승객 외에는 유독가스가 치솟기까지 화재가 났는지도 몰랐다. 사고차량의 화재예방장치는 객실 양쪽에 2대씩 비치된 소화기가 전부였고 긴급상황때 열도록 돼있는 비상문도 승객들이 알지 못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사고 대응태세 미비=경찰이 희생자가 더 많았던 1080호의 기관사 최모씨(39)를 조사한 결과 최씨는 지령실로부터 '전도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 주의운전하라'는 통보를 받고도 계속 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관사는 운행도중에도 전동차를 정지·후진할 수 있었으나 단순한 사고로 오판해 사고현장에 계속 진입한 것이다. 지하철 지령실도 주의운전 통보 이외에는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무사안일한 대응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한 뒤 역을 통과하려 했으나 단전 조치로 가동이 되지 않았고 안내방송을 통해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 출입문도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사고 직후 전동차 객차의 출입문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문이 닫혀 있어 승객들이 대피 과정에서 출입문을 강제로 열거나 유리창을 부수고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재 발생 직후 출입문이 열려있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