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외곽을 도는 4백95번 하이웨이를 타고가다 2백70번 도로로 접어들어 20분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몽고메리카운티가 나온다. 하이웨이를 빠져나와 국도를 달리다보면 주변에 익숙한 간판들이 눈에 띈다. 셀레라지노믹스 휴먼지놈사이언스 메디뮨 바이오스페이스... 세계 생명공학 산업을 이끌어가는 간판 바이오기업들이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는 세계 바이오산업의 본산이다. 2백여개에 달하는 세계적인 바이오기업들이 몰려 있어 'DNA 앨리(Alley)'로도 불린다. DNA 앨리의 핵심거점인 소도시 락빌에 위치한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Technology Innovation Center)'를 찾았다. 이른바 창업보육센터다. 세계적인 기업을 꿈꾸는 초기 단계의 바이오벤처 50여개가 둥지를 틀고 있다. 유전자 지도를 해독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셀레라지노믹스, 휴먼지놈사이언스 등도 이곳 보육센터에서 출발했다.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만 봐도 이 지역이 왜 DNA 앨리로 불리는지 쉽게 알수 있습니다." DNA 앨리 입주업체인 렉산의 안창호 박사의 설명이다. 입주기업들은 매출이 발생해 독립하기 전까지 몽고메리카운티가 제공한 실험실을 무료로 쓴다. 벤처캐피털과 로펌 등도 재무와 마케팅 법률 관련 지원을 해준다. 보육단계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고 투자한다. 미래 수익에 대해 투자하는 셈이다. 복도 벽면에는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인사정책, 경영, 마케팅, 연구개발 등을 주제로 한 각종 무료 교육프로그램 안내서가 붙어 있다. 안 박사는 "입주기업 대부분이 2~3년 후에는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 덕택에 연구결과물을 갖고 근처에 회사를 세워 독립한다"며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를 거치는 것은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DNA 앨리의 장점으로는 기업과 연구소, 대학, 주 정부간 유기적 협력체제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주 정부와 벤처캐피털의 적극적인 지원, 연구소 및 대학과의 공동연구시스템 등이 2백여개에 이르는 바이오기업들을 뒷받침해 준다. 가령 몽고메리카운티가 속해 있는 메릴랜드 주 정부는 벤처 인큐베이팅을 전담하는 하이테크위원회(Hitech Council)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주 정부 및 몽고메리카운티 대표와 벤처캐피털, 언론계 대표 등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하이테크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에서부터 직원선발, 공장설립 등까지를 총괄 지원한다. 이 자금지원에는 아무런 조건이 붙어 있지 않다. 설사 기업이 망해도 갚을 의무가 없다. 벤처기업이 연구개발 인력을 2배로 늘릴 경우 5년간 최고 60%의 세감면도 받는다. '인력훈련프로그램(Employee Training Program)'을 마련, 기술이 없는 인력을 채용할 경우 주 정부는 6개월간 무료로 기술교육을 시켜준다. 몽고메리카운티의 스콧 라일리 행정담당국장은 "세계적인 바이오기업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며 "최근에도 독일 퀴젠 등 거대 유전자 관련 회사들이 본부를 몽고메리카운티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DNA 앨리' 부근에 식품의약국(FDA), 국가기술표준원(NIST) 등 바이오분야 주요 정부기관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립보건원(NIH) 등 국가 연구소도 19개나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다. DNA 앨리 주변엔 존스홉킨스대 조지타운대 조지워싱턴대 메릴랜드대 등 명문대학들도 몰려 있다. 고급인력 활용에 그만큼 유리한 것이다. 스콧 라일리 국장은 "전세계 신약후보물질의 절반이상이 DNA 앨리에서 나오고 있다"며 "실리콘밸리 신화를 창출했던 벤처캐피털을 대거 유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몽고메리카운티가 DNA 앨리 신화 창출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락빌(메릴랜드)=정종태.박해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