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한국 고등학생들의 경제지식 수준은 한 마디로 '낙제점'.


경제학의 기초개념이 희박했으며 특히 국제경제분야의 지식이 부족했다.


이론교육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학교 경제교육이 그나마 이론을 가르치는 데도 실패했다는 결론이다.


바닥에 떨어진 고등학생들의 경제지식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학교 경제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직접 손을 걷어 붙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학교 경제교육의 현주소


이번 조사에서 한국 고등학생들의 경제지식 이해도는 1백점 만점에 평균 55.7점에 불과했다.


주어진 40개의 설문 문항이 희소성 기회비용 등 경제학의 기본적인 개념으로만 짜여져 있었는데도 고작 절반만 맞혔다는 얘기다.


여학생(56.7점)이 남학생(54.7점)보다, 고등학교 3학년(58.1점)이 1학년(52.5점)이나 2학년(56.2점)보다 성적이 조금 낫긴 했지만 모두 낙제수준(60점 이하)을 벗어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경제단원별로는 '국제경제학 분야'의 지식이 특히 모자라 평균 점수가 46.8점에 그쳤다.


국제무역에서 비교우위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 10명중 7명이상이 정답을 골라내지 못했고 원화환율에 대한 질문의 정답률도 31.6%에 불과했다.


연필 굴리기 수준인 셈.국제경제분야 다음으로는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력(54.2점)이 낮았고 미시경제(55.7점)나 경제 기초원리(60.0점) 분야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다.


전체 40문항중 정답률이 가장 낮은 것은 '한국의 통화량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묻는 질문이었다.


불과 11.1%만 '요구불예금'이라는 정답을 맞혔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한국은행의 역할'이나 '소득세의 기본개념' '인플레이션 발생시 영향'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들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 고등학생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분야는 '불경기와 실업문제'(85.3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독점기업과 경쟁기업의 차이(76.9점) △노동의 전문화.분업화의 이익(76.0점) △물가가 안정적일 때 금리상승의 영향(73.4점) 등의 정답률도 상당히 높았다.


한편 조사대상 학생들은 현실생활과 연관된 문제일수록 정답을 찾는데 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문항중 현실경제문제에 대한 응용력을 측정하는 질문에 52.2%의 학생만 정답을 골라냈다.


경제지식(59.3%)이나 경제이해력(60.2%)을 요구하는 문제에 비해 정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 부실한 경제교육, 어떻게 풀어야 하나


KDI 경제정보센터는 한국 고등학생들의 경제 이해도가 이처럼 낮은 원인은 근본적으로 학교 경제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대부분 주요 경제원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사회에 진출, 국가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실기업 매각, 외자유치, 농산물 협상 등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전제돼야 하는 경제이슈들이 국민들의 합리적 판단보다 정서나 감성에 치우쳐 해결되는 것 역시 학교 경제교육에 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KDI 경제정보센터의 박문규 정책홍보실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한국 고등학생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며 "특히 글로벌 경제시대에 필요한 국제경제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걱정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청소년들의 경제지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 경제교육을 현재보다 양적.질적인 면에서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실장은 "미국은 '경제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재무부 내에 별도의 경제교육실을 만들어 청소년 실물경제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며 "우리도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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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경제 이해력 테스트'의 문제와 해설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의 '10대에게 경제교육을' 코너에 실려 있습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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