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두산重 노사에 맡겨야..金在源 <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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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어느 국제세미나에서 일본 학자는 자기네 경험에 비추어 한국은 50년쯤 지나야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우리들은 이를 모독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유감스럽게도 한국 노사관계는 여전히 불안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올해 초부터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분규사태가 노사관계의 불안정을 부추기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민의 정부가 한국중공업을 민영화한 것이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1천여명의 근로자를 명예퇴직시키자,지난해 5월부터 7월초까지 노조는 장기파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임금교섭 외 산별노조 기본협약은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에 대해 노동법위반이라며 제소했으나 재판에서 졌다.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87년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29차례에 걸쳐 2백80일간 파업을 했던 왜곡된 노사문화 단절에 힘을 기울였다.
과거 방만한 경영이 기득권 고수를 위해 파업을 밥먹듯 하던 관행에 있었다고 보고 그 매듭을 끊어야 기업이 산다는 강박관념이 컸을 것이다.
월드컵 기간에도 47일이나 불법파업을 하자 시민중재단이 나섰다.
이후 사측은 중재단의 징계 최소화 건의를 받아들여 파업에 극렬 가담한 80여명만 출근정지,정직,해고 등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57차례의 임금·단체교섭을 하고,작년말 노조집행부가 바뀐 뒤 노사는 파업 불씨가 된 집단교섭조항을 없앴다.
그리고 임금동결과 함께 노조 전임자를 줄이는데 노조원 54%의 찬성으로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런데 지난 1월9일 보일러공장의 배달호 반장이 분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5월 장기파업으로 회사에 끼친 피해에 대한 징계조치,임금 가압류를 비관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이후 민주노총과 학생들까지 가두시위를 벌이는 등 두산중공업 사태는 다시 악화됐다.
노사갈등 파장이 한 노조원의 분신자살로 이어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남겨진 가족에게는 가눌 수 없는 통한이고 동료들에겐 충격이다.
회사측에도 말할 수 없이 당혹스러운 사태였음이 틀림없다.
앞서 언급한 일본 학자의 말을 되새겨 볼 때,사태가 이렇게 번진 것은 우리 노사관계가 제대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많은 난관들이 있음을 보여 준다.
노사가 서로 살 수 있는 상생(win-win)관계의 절실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앞으로 두산중공업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는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원칙과 정도에 의한 해결책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형 분규가 발생할 때마다 원칙보다는 정에 호소한 조기 타결을 강조해 왔다.
정부는 물론 언론 노동전문가들도 원칙보다는 감성(感性)호소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 결과 노사관계의 정상관행(protocol)이 생성될 여유가 없었다.
과거 강성노조가 있던 공기업에서는 불법파업 노조원 구속 이후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형 분규가 다시 발생하는 사태가 빈번했다.
이로 인해 법이 제기능을 못했고,공권력이 실추됐으며 노사간 정상적인 상생 관계도 실종돼 왔다.
이의 가장 큰 원인은 당사자간 자율 교섭능력을 제대로 키울 수 없었다는 데 있다.
따라서 노사분쟁에 대한 제3자 개입은 자제함이 마땅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사자간 협상에 맡겨 두어야 한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에 대한 회사측의 노조원 급여 가압류신청을 이미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행정부는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관행을 쌓아가야 한다.
이것이 깨지면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은 고사하고 국내기업의 해외이탈이 가속될 것이다.
실업이 늘고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겠다는 우리 비전마저 사라지게 된다.
최근 국제경영개발원(IMD)은 노사간 적대적 대립관계가 우리 국제경쟁력 제고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두산중공업 사태해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정도에 의해 노사가 스스로 상생의 해법을 찾아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jwkim56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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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