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개혁의 주체와 본질..崔洸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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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새로운 노무현 정권이 공식 출범한다.
개혁의 실패로 최근 우리 국민이 개혁피로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개혁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성공한 개혁이 없지는 않으나 미완성의 개혁, 실패한 개혁이 적지 않다.
왜 수많은 개혁이 실패했는가?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개혁의 주체·대상·방법·내용 등에 있어서 본질적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들에 문제가 많았다.
개혁주체들의 도덕성과 전문성 결여가 개혁의 실패를 초래했다.
주위로부터 지탄을 받거나 비리로 점철된 사람이 개혁을 부르짖곤 했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
개혁은 이해당사자들의 동의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질 때 성공할 수 있는데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사람들이 주창하는 개혁에 누가 동참할 것인가? '참여정부'의 개혁 추진자들은 도덕적으로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비전문가들에 의한 개혁 추진은 개혁 실패에 따른 대가를 크게 치르게 한다.
상당수의 개혁에서 개혁 주체들의 무지(無知) 때문에 개혁이 표류했다.
개혁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외형상의 제도를 원칙 없이 마구 휘저은 결과 국민들은 고통 속에 혼란스러워했으며 개혁 주체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것과 손에 쥔 결과의 괴리를 발견하고 낭패해 했었다.
'참여정부'의 개혁 주체들은 자신들의 이념의 순수성과 국가에 대한 각별한 봉사정신이 개혁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함을 인식해야 한다.
개혁에 대한 방법을 두고도 문제가 많았다.
한탕주의식,행사식,구호의존적 개혁이었지 내용의 실체가 꽉 차지 못했고 지속적이지 못했다.
지금부터 정책당국은 구호에 의존하는 개혁이 아니라 개혁을 제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혁은 쉬운 것도 아니지만 결코 어려운 것도 아니다.
반듯하지 못한 것을 반듯하게 하는 것이 개혁이다.
개혁의 대상이 제도임을 인식하면서도 제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이 개혁 실패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제도는 사회구성원의 상호작용을 제약하는 규약(規約)이다.
제도는 첫째 규정이나 법과 같은 공식적 제약,둘째 행동규범 사회관습 자율적 행동양식 등과 같은 비공식적 제약,그리고 셋째 이러한 공식적 비공식적 제약의 집행을 보장하는 양식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제도의 세 가지 구성요소 중 공식적 제약은 하룻밤 새 바뀔 수 있지만,비공식적 제약은 사회 구성원들간의 학습과정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완전한 개혁은 단시간 내에 불가능하다.
마음만 앞서고 구호만 외치는 개혁은 말로만 하는 개혁이지 현실에서의 실질이 있는 진정한 개혁은 아니다.
'참여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돼야 할 개혁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비교역 비경쟁 부문이다.
대표적인 비경쟁 비교역 부문은 정치 사법 언론 공공부문 그리고 대학이다.
'참여정부'가 경제 개혁에 치중하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경제는 범지구적으로 치열한 경쟁에 처해있기 때문에 크게 보아 경제는 정부가 개혁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변화하고 개혁을 한다.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버티고 있는 정치 사법 언론 공공부문 대학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 5개 부문에 과감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개혁을 두고 정치권의 역할은 정말로 지대하다.
시대의 숙제를 푸는 것이 정치이고 정치의 본질은 개혁이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 일반 국민과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다.
개혁의 내용을 두고는 정치권은 뒤로 한 발 물러서야 한다.
정치인은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개혁 내용 자체의 설정을 정치권에 맡기면 그 내용이 제대로 정립될 수 없다.
정권 재창출이나 원내 다수의석 확보 등과 같은 정치적 목적에 개혁이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된다.
개혁은 정부 여당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개혁의 주창자는 야당이어야 할 것이다.
개혁에는 많은 고통이 따른다.
국민은 개혁에 수반되는 고통을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해하고 적극 동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choik01@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