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가 중국 본토로 이전하는 제조업체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01년 11월 대만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 상한선(5천만달러)이 폐지된 이후 제조업 공동화 양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이전을 꺼렸던 대만의 간판 기업들마저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겨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대만 경제는 실업률이 급등하고 소비가 위축돼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기업들도 중국으로


대만 1위의 컴퓨터 보드 생산업체인 아수테크는 지난주 대만 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1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생산라인의 중국이전이 그 이유다.


델컴퓨터의 협력업체로도 유명한 이 회사는 공장 이전으로 생기는 비용 절감분이 감원에 따른 퇴직금 및 위로금 지출부담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대만 3위의 노트북 메이커인 인벤텍(Inventec)도 아수테크와 같은 이유로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발표했다.


상하이에 있는 공장을 통해 올해 생산될 제품의 80%를 만드는 대신 대만에 있는 직원의 25%는 감원하겠다는 것이다.


대만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와 비교하면 비용이 절반도 안된다고 이 회사는 분석했다.


◆수출목표 달성도 불확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2%대에서 머물던 실업률이 재작년부터 악화되기 시작,지난해는 5.2%까지 치솟았다.


21일 발표 예정인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도 3분기(4.8%)에 한참 못 미치는 3.4%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천수이볜 총통은 20억달러를 투입,실업률을 4.5% 밑으로 끌어내리고 경제 성장률도 3.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제조업 공동화 현상으로 세입이 최소 22%에서 최대 56%까지 감소한 상태에서 정부가 지출할 수 있는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KGI증권의 대미언 질홀리 애널리스트는 "대만 경기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때문"이라며 "그러나 중동 정세가 불투명해지고 있어 올 수출목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비관론을 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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