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사령실.기관사 초기대응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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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魔)의 4분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과 기관사들의 안전수칙을 무시한 안일한 초기대응 때문에 방화가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경찰조사 결과 확인됐다.
20일 경찰이 공개한 종합사령실과 1080호 기관사 교신 내용에 따르면 사고발생 4분간 이뤄진 허술한 대응과 늑장조치로 수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오전 9시55분 중앙로역에서 1079호 전동차에 불이 난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령실은 1080호 전동차가 역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9시57분에 기관사가 "지금 단전입니까"라고 사령실에 물었다.
하지만 이때는 중앙로역에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차 있는 상황이었다.
기관사는 또 도착하자마자 가스와 연기유입을 막으려고 출입문을 닫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안전 방재관리계획서'에는 불이 났을 때 진행하는 열차는 무조건 통과시키도록 돼 있다.
이 수칙을 지켰더라면 중앙로역을 무사히 통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때라도 사령실 근무자와 기관사가 당시 상황의 긴박성을 제대로 판단해 승객을 대피시켰다면 피해를 줄일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
1080호 기관사는 "예 중앙로역입니다.
대피시킵니까.
어떻합니까."라고 물었으나 "단전돼서 차 못 움직이잖아"라는 대답만 한다.
9시59분 운전사령이 "그럼,발차"라고 하고 "예"라는 응답에 "조심해 나가세요"라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안이한 상황인식에 따른 서투른 대응이었고 이 탓에 승객들은 탈출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 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기관사가 발차를 서두르나 전동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곧바로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는 통제불능 상태로 확산됐고 이 유독가스는 승객들의 필사적인 탈출노력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대구=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