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의 화두는 '새 정부와의 협력'과 '윤리경영 강화'에 모아졌다.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번 회장단회의는 손길승 전경련 회장 취임 이후 첫 모임.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손 회장은 지난 1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가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의 면담내용부터 소개했다. '기업이 잘되는 것이 국익이라고 생각한다'거나 '대기업 개혁이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꾸준히 가되 수준과 시기의 완급은 대화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는 노 당선자의 뜻을 자세히 전했다. 노 당선자의 의중을 전해들은 회장단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및 주40시간 근무제 도입, 출자총액 제한제도 유지 등 새 정부의 주요 기업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가능한한 협력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계의견을 적극 개진한다는 방침도 거듭 확인했다. 회장단은 또 새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앞당기는 데 재계가 적극 협력하기 위해 전경련을 중심으로 '장기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 나가기로 했다. 노 당선자도 최근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 안에 '동북아 전담팀'을 구성할 방침"이라면서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에서 기업들의 관심을 집약해 구체적인 방안을 발전시켜 달라"고 주문했었다. 손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검찰의 SK 수사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이번 수사활동은 기존 관행을 개혁하려는 것으로 보고 젊은 검사들의 개혁의지를 존중하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회장단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윤리경영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재계가 앞장서 사회공헌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14일 전경련 신년포럼에서 노 당선자가 특별강연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에서는 기업만이 아니라 국민도 살기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기업인들의 몫"이라고 강조한 사실을 환기시켰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전경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던 손 회장도 이날 "국민과 회원사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전경련상(像)을 정립하기 위해 전경련에 '경제환경조사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경련과 재계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이 태스크포스를 통해 이달말까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회장단은 이라크 전쟁 위기와 북한 핵문제, 내수침체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새 정부가 기업인의 사기를 높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촉구했다. 경제여건이 어려운 만큼 기업들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해 나가기로 했다. 재계는 각종 국제회의를 통한 민간 경제외교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5월9∼13일 열리는 'PBEC(태평양경제협의회) 서울총회'에 노 당선자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초청키로 했다. 5월17∼18일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회장단은 회의 시작에 앞서 대구지하철 대형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게 조의를 표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