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 피해를 줄이려면 PVC를 잡아라.'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불이 붙으면 살인적인 유독가스를 내품는 PVC(폴리비닐클로라이드)를 건축 내장재 시장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7년 전부터 건축물은 물론 가구나 생활용품 분야에서 사용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 20일 소방제품 생산업체들에 따르면 PVC는 염화수소가 주성분인 클로라이드 때문에 불이 붙으면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 아황산가스 등 수십종이 함유된 엄청난 양의 가스와 연기를 순식간에 뿜어 질식사의 주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는 뇌세포를 마비시켜 사람이 움직일 수 없게 하고 시커먼 연기는 암흑천지를 이뤘던 대구지하철 사고처럼 비상등이나 유도등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PVC에서 배출되는 가스는 사람이 밀폐공간에서 3분 동안 들이마시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한폭탄 같은 물질이 국내에서는 가격이 싸고 시공이 편하다는 이유로 건축 내장재와 가구, 생활용품 등에 무차별적으로 쓰이고 있다. 참사를 부른 대구지하철 객차 내부 역시 광고판 등에 PVC가 쓰였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가스가 다소 적은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부타디엔(PB) 등을 팔고 있으나 값싼 PVC에 대한 사용규제가 없어 굳이 이들 제품을 본격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