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1일 최태원 SK(주) 회장을 소환, 사법처리키로 함에 따라 검찰수사가 막바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최 회장의 소환은 지난 17일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 이후 5일 만이다. 이는 이번 수사가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과 오는 25일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이 예정된 점을 감안, 조기에 수사를 종결짓겠다는 검찰 수뇌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검찰은 처벌 수위와 관련, "최 회장의 혐의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검찰 수사팀은 수차례 "최 회장이 8백억원 수준의 부당이득을 챙긴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혐의를 입증하는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 회장이 주식 맞교환 작업에 직접 간여했거나 최소한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개입 수준을 확인하는 정도라는게 검찰의 입장이다. 현재 최 회장과 SK 핵심 경영진들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은 '워커힐호텔 주식과 SK(주) 주식 맞교환' 'SK증권과 JP모건 이면거래' 등 두 가지. 검찰은 최 회장이 작년 3월 보유하고 있던 워커힐 주식 3백85만주를 적정가격보다 2배 가량 높게 SK C&C와 SK글로벌에 넘기고, 그 대가로 SK(주)의 주식 6백46만주와 현금 2백43억원을 받은 것은 최 회장에게 부당이득을 주기 위해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명백한 배임행위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지난 99년 SK증권을 살리기 위해 JP모건과 이면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지키기 위해 SK글로벌의 돈을 끌어다 써 SK글로벌에 1천78억원의 손해를 입힌 것도 배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같은 최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돼 징역 5년 또는 무기징역이란 중형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이 4백억원에 가까운 사재를 출연한데다 그동안 국내 굴지의 그룹을 이끌며 경제발전에 큰 공로를 세웠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정상이 참작될 전망이다. 최 회장 구속이 경제상황에 몰고올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도 사법처리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 구조조정본부 및 계열사 핵심 임원들도 최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내부문건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는데 관여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사법처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러나 형사9부가 그동안 불법행위를 저지른 실무진보다는 이를 지시한 최고 책임자 위주로 처벌해 왔다는 점에서 구속되는 임원은 최소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손길승 그룹회장은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란 점에서 검찰의 '칼날'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날 최 회장에 대한 소환방침이 통보되자 "기어이 이런 일이 일어나고야 마는가"라며 비통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SK 관계자는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에 맞서 그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법 테두리내에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한 결과"라며 "검찰에서 이를 적극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SK 계열사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굵직한 사안이 많은 최 회장의 소환이 인신구속에까지는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태웅.오상헌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