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재계 3위인 SK그룹의 앞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4월8일로 창립 반세기가 되는 SK로서는 우울한 50주년을 맞게 된 셈이다. ◆SK 표정=SK그룹은 21일 오전 최태원 회장이 서울지검에 출두하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 회장실과 구조조정본부가 위치한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에서는 임직원들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사무실 안에 비치된 TV 앞에 모여들어 최 회장의 출두 순간을 지켜봤다. SK㈜ SK글로벌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은 휴게실 등에 삼삼오오 모여 최 회장 소환조사가 그룹의 앞날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TV를 지켜보던 한 직원은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니 참담하고 우울하기만 하다"며 "무엇보다 회사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상경영체제 갖출 듯=최 회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돼 구속으로 이어지면 SK경영 구도에는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는 "그동안 손길승 그룹회장과 최 회장간 파트너십 경영체제를 구축한 만큼 최 회장이 제외되더라도 경영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손 회장이 건재한데다 SK㈜ SK텔레콤 SK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들도 부회장과 사장간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통해 독자적인 경영기반을 구축한 만큼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대주주 위치를 상실한게 아니고 오너일가 사이에서 내분도 있을 수 없어 경영권 급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역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면 더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영일선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과 황두열 SK㈜ 부회장,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40),최 회장의 고종사촌인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이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사업 차질=최 회장이 그동안 경영혁신과 신규사업 등을 주도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 부문에선 차질이 불가피하다. 회사 관계자는 "최 회장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워지면 그가 추진해 온 경영혁신 활동도 주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SK는 그동안 카드사업 의약사업 진출,남동발전 인수 추진,중국에 '제2의 SK' 건설 등 중장기 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최 회장은 2005년까지 생존전략을 마련토록 계열사 경영진에게 당부하는 등 기업변신에 몰두해 왔다. SK㈜는 앤트랙 등 텔레매틱스 사업과 생명과학 사업 등을 추진해 왔으며 남동발전 인수를 통해 에너지·화학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SK텔레콤도 신용카드사업,무선인터넷,위성디지털 오디오 방송사업 등의 신규사업을 위해 공들여 왔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최 회장의 구속이 현실화된다면 신규사업 진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