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빅 베이 CC] 태양.바다.초원...절묘한 '3色 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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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 베이 CC는 '컬러풀한 골프장'으로 불린다.
무공해 지대의 선명한 태양빛과 검푸른 바다,진홍빛 석양과 푸르디 푸른 초원의 절묘한 색상 배합이 플레이어들의 시각을 자극하기 때문.
하지만 수빅 베이 CC는 지금까지 한국의 골퍼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마닐라에서 승용차로 3시간 이상 떨어져 있었기 때문.
하지만 지난해 12월26일을 기해 인천에서 수빅까지 직항노선이 뜨면서 새로운 골프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까지 수빅 灣은 관광지로서보다는 다른 아이템으로 더 잘 알려져 왔다.
92년 철수한 미군기지가 있던 곳,필리핀의 두곳뿐인 자유무역항,아시아 최대의 항공특송 허브로 페덱스가 개발한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곳,96년 APEC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전세계 대통령들이 휴식을 취했던 곳 등.
이 때문에 정작 휴양지로서의 명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빅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휴양지로서는 물론이고 신혼여행지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필리핀에서 치안상태가 가장 잘 돼 있는 곳인데다 디스커버리 채녈의 단골 생태계 촬영 지역일 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미 해군 기지가 오랫동안 상주해 있던 관계로 관광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고 면세지역이라 쇼핑의 즐거움 또한 쏠쏠하다.
수빅 베이의 유일한 골프장인 수빅 베이 CC 역시 미군들이 여가를 즐기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수려한 경관보다는 코스의 난이도와 재미에 더 심혈을 기울인 실용적인 골프장으로 설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의 산정호수 CC를 설계하기도 했던 골프 천재 데스몬드 뮤어헤드는 필리핀의 굴곡진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각 홀마다 전통에 대한 헌사를 바쳤다.
플레이어들은 까다로운 코스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낌과 동시에 필리핀 역사에 대한 단상으로 잠시 숙연해지기도 한다.
플레이어들은 1번홀(파4)부터 수빅의 심술을 받기 시작한다.
훅이 나면 철조망 너머 도로로 공이 도망가버리기 때문에 2시 방향의 큰 나무를 바라보고 티샷하는 것이 좋다.
좁은 페이웨이는 수빅의 강점이며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골프장이란 명성과 평균타수 5 이상 나온다는 불평을 얻는 요인도 된다.
4번홀은 2차세계대전으로 자유를 얻은 필리핀인의 기쁨을 창의성 높은 그린으로 승화시켰다.
짧은 파4지만 골퍼들은 그린 왼쪽의 둔덕이 꽤 높은 내리막 벙커에 공이 빠질 때 창의적인 샷을 구사하도록 강요받는다.
아름다운 필리핀인이란 뜻의 '필리피나'라는 애칭이 붙은 파5의 7번홀은 골퍼로서의 두둑한 배짱과 본능을 시험받는 무대가 될 것이다.
오른쪽으론 호수가,왼쪽으론 정글이 감싸고 있는데다 페어웨이가 왼쪽으로 급격히 꺾이고 있어 거리 조절을 못하면 티샷이 워터해저드로 날아가기 십상.
게다가 그린을 거대한 둔덕 두 개가 낙타의 등처럼 막고 있어 그린 공략이 만만치 않다.
13번홀(파5)은 1899년 필리핀 혁명의 영웅 안드레스 보니파시오를 기념해 '슈프레모(최고지도자)'란 이름이 명명됐다.
벙커를 피한 티샷이 성공하면 두 번째 샷은 자신의 장기인 장거리샷을 날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엘 프레지덴트'란 이름의 14번홀(파5)이 가장 어려운 홀.
섬세하면서도 모험심 넘치는 전략이 필요하다.
티샷을 호수에 최대한 가까운 페어웨이에 안착시켜야 두 번째 샷을 호수를 넘기는 감각적인 아이언샷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그린 오른쪽을 공략하는 것이 포인트.
내리막 경사라 호수로 데굴데굴 굴러 들어갈 수 있다.
필리핀의 최대 전략가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 에밀리오 아귀날도에 헌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닭싸움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사봉'이라 명명된 15번홀(파3)에서 골퍼들은 극도의 긴장에서 다소 풀려난다.
그린을 둘러싸고 있는 짙푸른 호수가 여유로움을 느끼기에 족하기 때문.
그러나 간결한 티샷을 구사하지 못하면 닭싸움의 결말처럼 짙은 피맛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 Travel Tips ]
찾아가는 길=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3월부터는 수요일과 토요일) 수빅공항까지 세부 퍼시픽 항공사(02-3708-8585)에서 직항을 띄운다.
비행시간은 4시간,출발 시간은 오후 7시50분,수빅 도착은 오후 10시50분.
마닐라에서 수빅까지 승용차로는 3시간.
페리를 타고 가면 마닐라-오리온 1시간,오리온-수빅 승용차로 45분이 소요된다.
수빅 시내에서 골프장까지는 승용차로 10분 거리.
상품 및 골프장 정보= 3박4일과 4박5일 두 종류의 상품이 있으며 가격은 옵션포함 90만원대.
상품 문의는 IRC(02-779-0456).
그린 피: 멤버스 게스트는 1,200페소(3만원.주말에는 4만원),호텔/레귤라 게스트는 1,500페소(3만7천원.주말에는 5만원).
클럽 및 슈즈,전동차 대여 가능.
연습공 20개들이 1박스 50페소(1,250원).
글=장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