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 경영전문기자의 '경영 업그레이드'] 링겔만의 주인의식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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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심리학자 링겔만은 집단 속 개인의 공헌도를 측정하기 위해 줄다리기 실험을 해봤다.
1대1 게임에서 1명이 내는 힘을 1백으로 할 때 참가자수가 늘면 개인이 어느 정도의 힘을 쏟는지를 측정했다.
2명이 참가하면 93으로,3명이 할 때는 85로 줄었고 8명이 함께 할 때 한 사람은 49의 힘,즉 혼자 경기할 때에 비해 절반밖에 내지 않았다.
참가하는 사람이 늘수록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이런 집단적 심리현상을 '링겔만 효과'라고 부른다.
자신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 있는 1대1 게임과는 달리 '여러 명'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할 때는 사람은 전력 투구하지 않는다.
익명성이라는 환경에서 개인은 숨는 것이다.
미국에선 다른 실험이 있었다.
한 청년이 일광욕을 즐기던 휴가객 바로 옆에서 녹음기를 틀어 놓고 음악을 즐기다 바닷물에 뛰어든다.
다음엔 도둑 역할을 맡은 사람이 녹음기와 옷가지 등 그 청년의 소지품을 챙겨 슬그머니 달아난다.
누가 봐도 도둑임에 분명했지만 20회 실험 중 단 4명만이 그 '도둑'을 잡으려고 시도했다.
똑같은 상황인데 하나만 바꿔봤다.
청년이 바닷물에 뛰어들기 전 "제 물건 좀 봐주세요"라며 직접 부탁을 했다.
놀랍게도 거의 전부랄 수 있는 19명이 도둑을 잡으려고 위험을 무릅썼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는 이것을 '일관성의 원리'로 해석했다.
지켜주겠다고 약속 한 만큼 자신의 말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게 된 결과라는 것이다.
자신이 여러 명 중의 한 명,주목 받지 않는 방관자로 취급받을 때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혼자만의 책임일 경우나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경우에는 위험까지 감수한다.
회사나 조직은 개인들이 각자 활동할 때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만든 집단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전체의 힘은 개인의 힘의 합보다 적어져 버린다.
이런 현실에서 경영자의 과제는 뭔가.
개인에게 '주인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익명의 커튼 뒤에 남겨지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일이다.
주인의식은 절대 상투적인 당위가 아니다.
대구지하철의 기관사가 '승객들은 끝까지 내가 책임지겠다'는 주인의식을 가졌다면 이만한 비극이 생겼을까.
문제는 주인의식이 어지간한 장치로는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가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리더가 되겠다는 수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