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생수(먹는샘물)는 1백85만1천2백34t. 돈으로 치면 2천1백50억원어치로 국민 1인당 35ℓ를 마신 셈이다. 3년 전인 99년(1천3백억원)의 2배에 가깝다. '물의 해'인 올해는 2천5백억원대로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생수시장에서는 음료·주류·식품업체 등이 뒤엉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참여업체가 81개나 된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이익을 내는 업체가 거의 없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이 시장에 뛰어든 A사 관계자는 "1백원어치 팔면 20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며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 '물값은 싸야 한다'는 인식이 워낙 강해 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할인점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가격 결정력도 약해졌다. 지난 20년간 가격변화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음료 이익률(10∼20%)만도 못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잡표(영세업체) 물'을 섞거나 아예 바꿔 담는 얌체 행위도 종종 발견된다. 한 생수업체 영업사원은 "같은 회사 생수라도 취수지 날씨 등에 따라 물맛이 다른 판국이라 바꿔치기를 해도 알아내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생수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쥐고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이 CMS(www,cms.co.kr)와 공동으로 전국 2백여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페트 제품의 최근 6개월 평균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농심(삼다수)이 42.1%로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행사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지역명을 내세운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2위는 12.7%를 차지한 해태음료(평창샘물). 농심과 마찬가지로 강원 평창이라는 지명을 잘 활용했다. 3위 그룹과의 격차는 1%포인트 미만이다. 롯데칠성음료(11.7%),코카콜라(11.4%),동원F&B(10.1%) 등이 바짝 뒤쫓고 있다. 원조격인 진로석수는 5.0%의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말통(대용량 제품)'을 포함,생수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샘물협회에 따르면 진로는 지난해 2백80억원어치를 팔아 1위를 지켰다. 페트 제품 시장에서는 농심에 1위를 내줬지만 대용량 제품 시장은 여전히 석권하고 있다는 얘기다. 2위는 2백70억원을 기록한 농심(제주도지방개발공사),3위는 1백68억원의 동원F&B였다. 샘물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마다 새 전략을 짜고 있다. 진로석수는 최정예 영업인력을 투입해 할인점 슈퍼 등 소용량 시장을 파고들기로 했다. 이에 대해 농심은 막강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