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구속은 생각해 볼 대목이 많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형사상 배임으로 다루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과 기업 관련 법체계상 정당한 것인지,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인을 구속부터하는 것이 과연 불가피한 조치였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JP모건과의 거래만 하더라도 그렇다. 최 회장이 SK글로벌로 하여금 JP모건에 1천여억원을 불법적으로 지불하도록 했기 때문에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형식논리적인 법적용으로 거래의 실질을 간과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바트화 관련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1조원대의 손실액은 SK증권의 책임일 뿐 SK글로벌의 배상책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볼때는 물론 배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SK증권이 지불불능으로 파산절차를 밟았을 경우 결국 SK글로벌도 온전치 못했을 것이고 IMF 직후 허약했던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K글로벌이 변제액의 일부를 부담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워커힐호텔 주식 교환건도 마찬가지다. 주식 맞교환은 현행 출자총액 규제가 갖는 모순을 표면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행정규제 때문에 의결권이 박탈되고 외부 세력에 의한 경영권탈취마저 우려해야할 상황에서 소유권 방어를 시도하지 않을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이 세상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자총액 규제로 인한 경영권 불안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면 꼭 구속수사가 불가피하고도 적절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정법 위반인지는 몰라도 경영 행위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형사소추가 가능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검찰이 배임으로 처벌하려는 것 또한 납득키 어렵다. 부당내부 거래를 모두 배임으로 처벌하기로 든다면 공정거래법은 형해만 남을 것이 뻔하다. 현행법이 굳이 정부 안에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있는 까닭도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고도의 전문적인,그리고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은 최태원 회장 구속에 이어 손길승 회장도 소환할 모양이고 나아가 다른 그룹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할 의사를 거듭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가들의 의욕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정말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