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SK그룹에 대한 검찰수사,대북송금 의혹 처리문제,언론개혁 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다. 노 당선자는 새 정부의 장관 인사와 관련,"개혁 대통령-안정 총리처럼 개혁 장관-안정 차관이라는 컨셉트로 가고,그 사이에서 개혁의 속도와 범위를 서로 조절하는 견제구조를 가지면서도 개혁의 지향을 잃지 않는 조합으로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의 발언 내용을 간추려서 소개한다. ◆재벌 기획수사 않을 것=노 당선자는 "(재벌개혁이) 어떤 정치적 의도나 기획에 의해 이뤄진다면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며 "나는 기획해서 본때를 보여주자는 식의 개혁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에 대해서도 "위를 쳐다보지 말고 소신껏 수사하되 미뤄왔던 사건 등을 일시에 쏟아놓거나 기획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SK의 검찰수사에 대해선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으며 '재벌길들이기'로 보도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도 'SK와 같은 수사가 다른 기업들에도 형평성 있게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문제와 관련,"지금도 조세법률주의라는 법 해석을 대법원에서 조금 유연성 있게 해석하면 된다"며 "법대로 하자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완전포괄주의를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정부 가판신문 구독 중지=노 당선자는 언론 문제와 관련,"정권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좀 빼달라''고쳐달라'며 '소주 파티'를 제공해 왔지만 이것이 언론의 자세를 해이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자만하게 했다"며 1∼2개월내 청와대와 정부내에서 가판신문 구독을 중지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의 부당한 보도에 대해선 "인간적 관계로 해소하기 보다는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반론도 청구하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또 언론개혁과 관련,"금융제재나 세무조사,뒷조사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고,실제로 (언론개혁을 강제할 수 있는) 정치 수단이 없다"면서 정권과 언론의 기존 유착관계를 완전히 끊겠다고 말했다. ◆386세대 비서관 문제 없다=노 당선자는 "십수년간 내가 계속 들어왔던 우리 사회의 과제는 변화와 개혁이었다"며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변화를 위한 인사를 하면 지나치다는 것은 변화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386세대는,다는 아니지만,80년대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고 개혁의 이상을 가졌던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라고 하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의미가 없다"며 "변화를 싫어하는 일부 언론이 (386세대의 비서진용에 문제가 있다고)그렇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송금 사건 처리 문제=노 당선자는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나서 벌 받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노력들이 없으면 내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결국 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조사를 거쳐 밝힐 것은 일단 밝히고 그 결과로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하더라도 어느 범위까지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봐서 국회에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런데 국회는 바로 특검법으로 부닥쳐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도 문제가 있다"며 민주당의 일처리에 불만을 표시했다. 허원순·김병일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