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정치개혁이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가장 역설해온 부분이 정치개혁이고 노 대통령이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대폭 확대한 것이나 새로운 여야관계의 정립을 들고나온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치개혁의 본질은 "기득권 포기"를 통한 새판짜기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시절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 포기를 촉구,당 개혁의 물꼬를 텄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정치개혁은 단기적으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선과 정치자금 투명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이념을 고리로한 대대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선거구제=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여러차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소선거구제로는 각당의 영남과 호남 독식현상을 타파할 수 없는 만큼 한 지역에서 3~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텃밭개념을 완화해야 한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렇지만 영남지역 기반 와해를 우려하는 한나라당이 중대선거구제에 반대하고 있어 도입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선거구제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가 여의치 않을 경우 대안으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2백27개 지역구를 2백7개정도로 줄이는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를 46명에서 66명으로 확대,지역구도를 일정부분 완화한다는 복안이다. 예컨데 민주당이 영남지역에서 적어도 비례대표로 최소한 3~4석을 건지고 반대로 한나라당도 호남에서 2~3석을 확보토록 하자는 구상이다. 물론 지역구 의석 20여석의 축소를 추진할 경우 정치권에서는 엄청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의 통폐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대인구 선거구와 최저인구 선거구의 비율을 3대1이하로 해야 한다는 헌재의 판결에 따라 지역구는 최소 13만명에서 최대 39만정도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투명화=노 대통령 스스로 대선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부정한 돈을 모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자금 투명화도 정치개혁의 핵심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소액다수주의로 요약되는 "희망의 돼지저금통" 운동을 통해 선거자금을 모았던 게 하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일부 정치인이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모금이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일정액 이상의 기부시 수표를 사용토록 하고 정치자금 모금 계좌를 일원화해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는 방안도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제도들이다. 기득권 포기=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을 최소화해 공정한 게임을 통해 총선후보를 결정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당헌에 명시한 상향식 공천을 실현한다는 게 핵심이다. 예컨데 총선 6개월전 정도에 모든 지구당위원장을 사퇴토록 한 뒤 각 지구당에 경선관리위를 구성,전 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후보가 공정한 룰속에서 경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구당 관리위원장이 당원과 대의원구조를 혁신할 경우 기존의 지구당위원장 기득권은 사실상 소멸되거나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민주당내 구주류측이 "지구당위원장 물갈이 포석 아니냐"며 반발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이념에 따른 정계개편=민주당내 신주류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향후 정치상황여하에 따라서는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노 대통령의 정치고문인 김원기 고문과 이상수 사무총장,천정배,신기남 의원 등 신주류측은 "정치개혁이 구주류측의 제동으로 어렵게 될 경우 개혁신당창당에 나설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개편이 추진될 경우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과거 정무수석 시절 구상했던 "민주대연합"이 "개혁세력 대연합"으로 변모되는 모양새를 띌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은 "개혁정당이 추진될 경우 상당수가 참여할 것"이라며 "총선에서 1당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계개편이 시도될 경우 정치권은 개혁진보와 중도보수,보수의 3개축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