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5년 임기가 시작된다. 화급한 외환위기 상황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에 비기면 그나마 나은 형편일지 모르나 노 대통령 역시 매우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 직무를 맡게 된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긴장된 한반도 정세도 그렇지만 경제 역시 대내외 여건이 모두 내리막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무는 무겁고 해법은 불투명한' 총체적 난국 속에서 국정을 책임지게 된 셈이다. 비록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는 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심각하게 저하된 반면 근로자·서민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분배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문제가 곧바로 정치 이슈화하는 매우 위험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실 김대중정부는 IMF라는 강력한 보호자가 있었기에 경제 정책 분야에서 가야할 길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는 전적으로 자기 책임 하에 국정을 설계해나갈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김대중정부와는 국정 환경부터가 크게 다르다. 초기 수개월 혹은 길어도 향후 1,2년간의 국정운영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좌우되는 그런 중차대한 시기가 노 대통령과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이라크 전쟁의 진행경과에 따라 머지않아 북핵위기가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의 의제로 등장할 것이라는 점만 해도 그렇다. 남북 문제를 비롯한 외교정책,그리고 국내정치와 경제 전분야에 걸쳐 국가의 명운을 건 선택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갖는 부문은 역시 경제다. 경제를 도외시한 그 어떤 정치적 성공도 다만 화려한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면 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챙겨야할 과제는 역시 성장잠재력을 높여 국가경제의 기반을 공고히하는 일이다. 국가 경쟁력,다시말해 국가의 총체적인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는 모든 것이 사상누각에 그칠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부터 노 대통령은 5년의 국정과업에 임해주기 바란다. 북핵 등 정치문제도 그렇지만 경제 문제 역시 어느 하나 판단과 선택이 쉬운 일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인수위의 정권인수 과정에서 개혁을 명분으로 한 허다한 대중 영합적 경제정책들이 쏟아졌음은 그런 면에서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기도 했다. 노무현정부가 이들 정책 과제들 간에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내기도 결코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재벌 개혁과 기업 활력의 조화, 다시말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면서 분배와 복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도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이들 주제들은 상호 모순적이며 상충되는 측면이 오히려 더욱 크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둘다 결코 가벼이 다룰수 없는 정책 목표들이고 따라서 세심한 배려와 균형감각이 요구될 것이다. 가계부실 등 김대중정부가 남긴 허다한 경제문제들도 당장의 정책 처방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의 논리가 언제나 같을 수는 없지만 국가든 기업이든 최고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조직의 생존을 보장하고 발전의 동력을 최대화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부터 5년간 국가 운영의 책임을 맡게 된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