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클라크 <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사장 mark.clark@kor.ccamatil.com > 지도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최대 고민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본 지도를 만들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도에서 보는 해안선은 단순화돼 있지만 실제로 현장을 답사해보면 해안선은 지도에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다행히도 오늘날에는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는 있지만 정밀지도를 만들 때의 고민은 아직 여전하다. 특히 서양의 과거 지도 제작자들은 무리를 이뤄 조사했지만,혼자 전국을 답사해 지도를 만들어 낸 한국의 김정호 선생은 현대의 컴퓨터가 해낼 수 있는 많은 계산을 머리로 해낸 훌륭한 수학자요,지리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볼 때도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아무래도 한국인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역사를 보게 돼있다. 그러면 많은 복잡한 해안선이 보인다. 어느 정도까지를 지도에 올려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도 될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좀더 먼 거리에서 한국과 그 역사를 보게 된다. 같은 땅에서 살고 있지만 접하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의 차이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과 한글신문의 차이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바라본 거시적인 한국은 아직 '가능성의 나라'이다. 서양에 비해 사건·사고가 많고 흠 잡을 곳도 많지만 서양이 수백년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불과 10분의1의 기간에 겪어냈으니 그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남의 시행착오를 보면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시행착오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역사의 특징이다. 단지 같은 나라가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어느 나라보다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 온 한국이지만 거시적인 흐름을 보면 한국은 성장가도를 달려 왔고 '성공자 클럽'에 속해왔다. 한국인들의 핏속에 흐르는 '낙관주의'도 이러한 역사의 산물이다. '안보 불감증'이니 '안전 불감증'이니 하기보다는 난관을 극복하는 돌파력과 도전정신을 보자. 역사를 되돌아보기보다는 미래를 이야기 하자. 미래를 보면 아직 희망과 비전으로 가득하다. 아직 '청년 한국'이다. 평화와 번영과 도약을 향한 '참여 정부'의 시대가 막을 열었다. 긍정적인 시야로 거시적인 역사의식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 것이다. 역사는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