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之川)'은 칠갑산에서 발원해 충남 청양지역을 지나 금강으로 흘러드는 청정하천이다. 갈지(之)자 모양으로 흘러 지천이라고 불리는 이 하천은 여울(물살이 빠르고 얕은 곳)과 소(물이 고여 있고 깊은 곳)가 발달해 칠갑산 생태계의 보고다. 원앙 황조롱이 수달 등 총 9백9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이곳에 한동안 사라졌던 참게가 다시 나타났다. 충청남도가 지난 96년부터 인공부화로 태어난 치게(어린 게)들을 방류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40만마리의 치게들이 지천에 방류됐다. 오는 26일 오후 10시에 방송하는 환경스페셜 '지천참게,바다를 꿈꾸다'에서는 지천에 다시 살아난 참게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지천에서 자라 성숙해진 참게들은 가을이면 짝짓기를 위해 본능적으로 바다로 향한다. 참게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서만 산란이 가능하다. 그러나 1백50여리 바다로 향하는 지천참게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하천 곳곳에 놓인 수중보(물을 가두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구조물)는 참게의 행로를 막는다. 또 통발 대나무살 등에 걸린 참게들은 스스로 제 집게발을 떼내는 희생을 감수해가며 바다를 향해 전진한다. 그러나 사투 끝에 도달한 바다 앞에서 참게들은 또 금강하구둑에 발이 묶인다. 90년 장항과 군산을 잇는 금강하류에 농업용으로 지은 금강하구둑은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참게의 어도(魚道)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사라진 지 10년 만에 인간의 노력으로 참게들이 돌아왔지만 금강하구둑에 의해 자연적인 산란이 이뤄지지 못해 절반의 성공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형노 PD는 "금강하구둑에 이어 지천댐 건설까지 계획돼 있다"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구조물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