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대통령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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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을 생명으로 삼는 미국언론이지만 한국에 관한한 엉뚱하거나 편향된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잦다. 작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을 썼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역사상 가장 반미적인 대통령이었다는 투의 칼럼을 싣기도 했다. 그 뿐 아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일부의 목소리를 마치 한국 국민들의 일반적 생각인양 보도했다.
한국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일부 편향된 보도가 미 국민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한국을 잘 모르는 대다수 국민들은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는다.
25일 취임한 노 대통령 관련 미 언론의 보도나 전문가 논평은 '살얼음을 걷는 듯한 불안감'을 깔고 있다.
외교경험이 전무하고 행정경험이 일천한 노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와 한·미관계를 제대로 꾸려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논조다.
미국에서 부수가 가장 많은 전국지 USA투데이는 노 대통령을 '초보자(Beginner)'라고 불렀다.
언론만이 아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노 정부가 내각 진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출범하는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국무총리의 각료 제청절차를 고려하더라도 취임 직전까지 함께 일할 사람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미숙한 행정을 예고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
한국에서 국제무대에 널리 알려진 대통령을 갖기란 아직은 어렵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가 그나마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준비가 됐다는 그 조차도 취임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성향을 잘 모른채 성급하게 미국을 방문,된서리를 맞고 돌아가야 할 정도로 국제외교에는 미숙했다.
그런 김 전 대통령에 비하면 노 대통령을 '풋내기(Novice)'라고 부르는 미국 언론을 탓할 수만은 없다.
초보자나 풋내기라는 표현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노 대통령과 그를 보좌할 새 각료들이다.
누구도 거들어줄 수 없는 그들의 몫이다.
미국 언론의 사려깊지 못한 표현으로 노 대통령과 새 정부의 신선한 이미지가 변질되거나 조롱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