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장의 사람들은 요즘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들은 기업이 신명나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어야 투자하고, 실업자를 줄일수 있다고 주문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서울의 인재들이 지방으로 내려갈수 있는 정책을 펴주기바랐다. 농업 문제 등 난제들에 대해선 우선 정부가 솔직해지기를 바라고 있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소기업을 돕거나 이끌기보다는 투자환경 조성 등 간접적으로 '터전'을 만들어 주는데 힘쓰기를 기대했다. ◆ 오세철 서울엔지니어링 사장 (69.인천) =우리는 수출 없이는 못 사는 나라인데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거래선들이 한국의 반미와 자국의 반한 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가 부각된 뒤로는 해외 납품선들이 1년 이상 장기 계약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하와이에서 열린 국제행사에서 US스틸 회장이 "아직까지 한국 제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점잖게 표현한 것이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터전만 만들어 달라. 정부에서 도와준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귀찮은 경우도 많다. ◆ 이효성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근로자 (40)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 일하는 근로자 입장에서 우리나라 차가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경제 여건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은 내수시장 위축과 부품 기술의 높은 해외 의존도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 노사관계가 안정돼야 하는데 새 정부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 ◆ 토탈소프트뱅크 김길태 개발팀장 (33.부산) =외국에서 경쟁 입찰을 해보면 실력으로 승부가 나는데 한국에서는 실력보다 대기업이냐 아니냐, 또는 회사 브랜드에 크게 좌우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상관없이 실력으로 경쟁하는 풍토를 조성해 주기 바란다. ◆ 스카우트 이은창 팀장 (32.서울) =청년 실업이 큰 문제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조기 은퇴나 명퇴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새 정부는 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하도록 신명나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실업의 통계적인 감소를 고용시장의 건전성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된다. 보여주기식 양적 실업대책보다는 여성, 고령자 등 취업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질적 실업대책이 시급한 때다. ◆ 워터텍 조권현 대표 (46.광주) =수도권으로의 지나친 경제력 집중은 비수도권 지역의 경제력 약화 및 소외 문제를 불러일으켜 왔다. 새 정부에서는 최대한 격차가 줄어들 수 있도록 정책에 우선 순위를 뒀으면 한다. 지역경제를 책임질 우수 인재 유인책이 우선 마련돼야 할 것이다. ◆ 광주원예농협 박종재 조합장 (58) =정부는 농업문제에 솔직해져야 한다.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이 시작되면서부터 정부는 농민들을 줄곧 속여왔다. '아직 국내 농업이 경쟁력이 있다'라든지 '수출 농업만이 살길이다' 등 허황한 얘기만 늘어 놓으면서 문제를 그저 피해 왔다. 국내 어떤 농민도 향후 국제농업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농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농업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 이영희 주부 가장 (41.전남 순천) =공무원들이 일하는 자세를 바꿔줬으면 한다. 서울에 있는 건물의 종합토지세 고지서가 집에 배달되지 않아 구청에 전화를 세 번이나 했는데 공무원들이 서로 떠넘기기만 했다. 황당하기도 하고 체납세를 물까봐 걱정도 된다. 사교육비도 부담스럽다. 중학교 2학년짜리 딸 아이와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에게 한 달 과외비로 20만원 넘게 쓰고 있다. 그나마 다른 집보다는 적다.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꼭 지켜달라. 사회부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