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서 정식으로 취임한 25일,노 대통령이 살았던 서울 명륜동의 주민들은 성공한 대통령을 기원하며 노 대통령 부부를 환송했고,경남 김해의 고향 마을에선 들뜬 분위기 속에서 축하 행사를 벌였다. 그러나 지하철 참사 8일째를 맞는 대구는 여전히 슬픔에 젖어있었다. ?…"국민과 함께 따뜻하고 밝은 정치를 해보겠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51분께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명륜동 집을 나서며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민 3백여명에게 이같이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즉석 인사말을 통해 "작별인사를 드리지만 영영 작별하는 게 아니라 잠시 작별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뒤 97년 4월27일 이사 날짜를 기억하면서 "꼭 6년 전 이 집에 이사와 15대 보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짧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쳐 마침내 대통령이 됐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종로는 기백이 있는 곳"이라면서 "종로의 기백처럼 동북아로,세계로 뻗는 우렁찬 기상으로 대한민국을 다듬겠다"고 말하고 "청와대로 가지만 여전히 가까운 이웃이니까 언제 한번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잘 지내시고,(제가)임기를 마치고 나서도 정다운 이웃으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여러분 잘 하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마친 뒤 경찰통제선을 따라 서있던 주민들과 악수를 했고 주민들은 환호와 함께 '파이팅 노무현','5년동안 건강하십시오' 등을 외쳤다. ?…노 대통령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은 경축일을 맞아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오전 9시부터 진영읍 풍물단원들이 취임식 축하행사를 위해 꽹가리와 북을 치면서 흥을 북돋웠다. 진영읍에서 마을까지를 잇는 도로 곳곳엔 대통령 취임 축하 현수막과 태극기,애드벌룬이 내걸려 축하분위기를 대신했다. 노 대통령의 취임선언 장면이 대형 멀티비전에 나오자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2천3개의 풍선을 하늘높이 날리기도. 진영읍 부녀회 안영자씨(53)는 "취임식을 하니 진짜 우리동네에서 대통령이 났다는 것이 실감 나 음식준비가 피곤한 줄 모른다"며 "국민들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희망했다. ?…지하철 참사 8일째를 맞은 대구는 이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엄숙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시간에도 지하철사고 대책본부와 유가족·실종자들이 모여있는 대구시민회관은 깊은 적막감을 유지한 채 사고수습과 사후처리 등 모두가 자기 일에 분주했다. 너무 마음이 아파 사고 다음날부터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는 박모씨(42)는 "대통령 취임식은 분명 경사스런 일이지만 지금은 즐거워할 때가 아니잖습니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실종자 가족들은 오죽하겠습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해·대구=김태현·신경원·임상택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