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완전한 승리를 하려면 .. 文輝昌 <서울대 교수.국제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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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첫째 묘미는 반쪽의 승리를 완전한 승리로 이끄는 데 있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압도적 승리보다는 근소한 차이의 승리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승리한 대통령의 취임 첫번째 임무는 자기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사람들을 포용하는 일이다.
이러한 내용은 취임사에 잘 나타나곤 했다.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불완전한 반쪽의 승리는 바로 얼마 전 미국의 대선일 것이다.
미국의 이상한 선거제도로 승리한 부시 대통령은 정통성마저도 의심 받을 지경이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부시는 취임연설의 많은 부분을 자기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에 할애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기회가 있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적이 없다."
부시의 이 말은 소외계층을 포용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은 혈연이나 지연에 따라서 화합된 적이 없고, 오직 미국적 정신에 의해서만 화합돼 왔다."
부시의 이 말은 화합정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민주주의의 둘째 묘미는 진행과정에서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대선 초기에 어눌했던 부시의 연설실력이 취임사를 얘기할 때는 너무나 달변이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선거운동 기간 실력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취임사를 누가 써주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경험과 정신이 스며 있지 않으면 남을 감동시킬 수 없다.
미국 ABC뉴스의 앵커인 바바라 월터스는 "8개월 전 내가 부시를 만났을 때와 달리 지금은 부시의 지식과 자신감에 감명받았다"고 평했다.
대통령이 된 부시는 대선 초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민주주의에 의한 대선과정이 그를 대통령감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대선 초기에 여러 면에서 불안해 보였던 인물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록된 사례는 많다.
링컨 대통령이 그러한 경우다.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별다른 경험도 없던 그가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 중 하나가 됐다.
좋은 집안 배경을 가진 철부지라는 평판으로 출발한 케네디 대통령도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취임사를 남기고 쿠바사태를 해결한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했다.
취임사 내용의 핵심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즉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참여정부이다.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라는 말로 취임사는 시작됐지만, 국민 모두가 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도 포용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기본방침이 대화와 타협인만큼 반쪽의 승리를 완전한 승리로 이끄는 민주주의 묘미의 실현을 노 대통령에게 기대한다.
민주주의 둘째 묘미인 진행과정에서의 실력 향상에 있어서 노 대통령은 어떠한가.
노 대통령은 끈기가 있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필요하다면 생각도 바꿀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사람이다.
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노 후보는 "전에는 외국자본은 무조건 나쁜 것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외자유치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생각의 커다란 전환이다.
자기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용기를 의미하고, 그 결과는 실력의 향상이다.
새 대통령의 취임을 축복하는 분위기에서도 일부에서는 개혁을 너무 밀어붙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물론 새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개혁을 시작하기 전에 관련분야의 의견을 다시 한번 잘 들어 본 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 적당히 듣고 나서 그들을 설득하려고 하면 안될 것이다.
사실 대선과정에서 실력이 너무 많이 는 대통령이 웬만한 의견에 감동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는 다시 한번 마음을 비우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형식적인 의견수렴에 의한 정책결정은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국운 상승의 기회에 있는 우리가 성공적인 개혁을 통해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새 대통령이 이를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cmoon@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