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라크에 대한 러시아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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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미국의 이라크공격 계획에 대해 프랑스만큼 강하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2차 유엔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나,미국·이라크전쟁을 결사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친(親)이라크라는 점과 지난 1999년 유엔의 세르비아 공격을 적극 반대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놀랄 만한 일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러시아는 세르비아와 종교 및 인종·문화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으나,이라크와는 경제적으로 실리 관계만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후세인 정권 제거후 러시아측에 경제적 혜택을 보장해 주기만 하면 러시아는 얼마든지 미국편으로 돌아설 수 있다.
현재 러시아정부는 이라크로부터 받을 돈이 80억달러에 이른다.
모스크바당국은 이 돈을 상환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나,유엔의 대이라크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빚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런 러시아를 얼마든지 자기편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미국이 이라크에 '포스트 후세인'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러시아의 외채 기득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미국은 유엔무대에서 러시아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두번째는 전후 이라크경제 재건작업에 러시아 몫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현재 항만 도로 등 이라크에 있는 인프라시설 대부분을 러시아가 건설했다.
또 많은 러시아기업들이 후세인 정부와 사업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유엔의 경제제재로 계약이 실행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는 이라크의 전후 재건사업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
따라서 미국이 러시아기업들의 대이라크 계약의 기득권을 인정해 줄 경우 러시아정부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세번째는 좀 어렵지만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대의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언질을 러시아측에 해주는 것이다.
러시아는 대부분의 재정수입을 원유수출 대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폭락시 러시아는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유가지지 약속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단독으로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현재로서는 이라크의 정권교체는 불가피하다.
역사상 가장 독재적 체제 중 하나인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할 사람은 지구상에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이라크 정부구조와 관련,경고의 목소리를 빠뜨려서는 안된다.
그것은 '포스트 후세인'의 이라크정부가 절대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라크의 수 많은 부족과 종파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정부는 이라크국민에게 재앙이다.
불행히도 지금 이라크내에는 후세인 정권을 대신할 만한 정치집단이 없다.
후세인의 지독한 독재로 이라크정부 내에는 반체제 인사들이 단 한명도 없다.
따라서 이라크정부 내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인물들이 '포스트 후세인'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러시아 외무부의 복도가 시끄럽다.
미국의 이라크공격 계획에 대한 러시아정부내 의견이 분분하다는 증거다.
이때 미국이 러시아정부의 이라크채권과 러시아 기업들의 이라크 사업계약 등 기득권을 인정해 주면 러시아는 미국의 앞길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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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러시아에서 진보적 성향이 강한 SPS당의 보리스 넴초프 당수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Russia plays its economic card over Iraq'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