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여행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달갑잖은 세계랭킹 5위를 넘보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는 37억7천만달러로 2001년(12억3천만달러)보다 3배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독일(3백61억달러.2001년 기준) 일본(2백32억달러) 영국(1백91억달러) 네덜란드(66억달러)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껏 대만(33억달러)이 5위였지만 2000년 이후 적자가 줄고 있어 한국이 이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행 이인규 국제수지통계팀과장은 "작년 일반여행수지 적자가 23억6천만달러로 전년(1억7천만달러)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폭증했다"고 밝혔다. ◆ 내국인 여행자들만 북적대는 '동북아 허브' 공항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미주.중국.동남아행 비행기 탑승수속 카운터 앞은 단체여행객, 골프채를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중년의 신사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결혼 5주년을 기념해 아내와 함께 3박4일간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다는 회사원 김형진씨(35)는 "이달 말까지 연월차 휴가를 써야 하는데 마침 3.1절도 끼어 있어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한 달 전부터 비행기표를 구하려고 했지만 자리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는데 '극적'으로 표가 생겨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마재영 과장은 "봄방학을 이용해 해외여행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로 요즘 미주.동남아.중국노선은 '장사가 된다'"며 "여름성수기 때만큼의 예약.탑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동북아 허브공항'이라는 캐치플레이즈가 무색할 정도로 인천국제공항은 내국인 해외여행객들만 북적대고 입국하는 외국인 행렬은 이웃 일본의 불황 등으로 한산한 편이다. 이라크전쟁 가능성과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국내경기도 침체국면이지만 '탈(脫)한국' 인파는 줄어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 1월 해외여행 여름 휴가철 수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내국인 출국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난 74만2천59명. 이는 사상 최대의 출국자 수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의 77만3천9백8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여행 목적별로도 '관광'이 가장 많아 40만2천1백57명이 해외로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골프관광을 위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로 떠난 출국자는 작년 1월보다 각각 46.5%, 30.4%씩 증가했다. 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8만5천명에 불과했다. 한국관광공사 정용문 과장은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직장이 늘면서 한 달 평균 해외여행객 숫자가 이전보다 10만명 이상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여행객 12명중 한 명은 '호화쇼핑' =관세청은 최근 지난 한햇동안 해외에서 고가 사치품을 들여오다 적발된 건수가 60만4천5백65건으로 2001년보다 23.2%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여행객이 7백12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11.7명에 한 명 꼴로 호화쇼핑을 즐겨 여행수지 적자 폭을 늘린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세관 문미호 반장은 "하루 평균 2만5천명이 입국하는데 이 가운데 3∼4%만 휴대품 검사를 하기 때문에 실제 반입물량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검색을 강화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호화쇼핑객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심원섭 연구원은 "국민소득이 많아질수록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다만 무분별한 호화쇼핑으로 인한 여행수지 적자 증가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재석.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