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아침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선도 수련원장.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의 권영범 사장(50)이 오전 7시께 도복 차림으로 들어섰다. 권 사장은 가볍게 몸을 풀고난 후 '말을 타는 용마 자세'부터 시작해 '두 다리를 벌리고 몸을 앞으로 굽히기', '머리를 바닥에 대고 물구나무 서기', '무릎꿇고 몸을 뒤로 젖히기' 등 국선도의 어려운 동작을 소화해냈다. 10년간 국선도를 수련한 '고수'의 풍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옆에서 지켜보던 수련원장은 "초보들은 흉내도 내기 힘든 고난도 자세"라고 귀띔한다. 권 사장은 벤처업계에서 '국선도 홍보맨'으로 통한다. 벤처 CEO들을 만날 때마다 국선도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권 사장은 국선도를 만나 건강뿐 아니라 인생이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국선도를 접하지 못했으면 아마도 월급쟁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선도를 시작하면서 창업을 결심했고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끌어냈습니다." 권 사장이 국선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큐닉스컴퓨터의 사업부장으로 재직하던 1993년 1월 초. '일벌레'로 소문난 권 사장은 당시 1년6개월이 걸린 대형 소프트웨어(SW)개발 프로젝트를 끝낸 후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SW 업계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죠. 또 건강관리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회사 근처에 국선도장이 생겼습니다. 국선도를 시작한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정신이 맑아지고 잃어버린 기가 돌아오는 느낌이 오더군요." 일에 대한 열정을 되찾은 권 사장은 영림원을 창업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SW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지난해 8월부터는 토요일 8시간, 일요일 4시간 과정의 뉴욕주립대 대학원 수업까지 받고 있다. 그는 경영과 개발, 학업 등을 한꺼번에 소화해낼 수 있게 된 게 바로 국선도 덕분으로 믿고 있다. "국선도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매일 아침 약 70분간 국선도장에서 수련합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풀어주는 '조신'법을 30분가량 하고 난 후 단전호흡에 들어갑니다." 권 사장은 국선도의 조신법과 단전호흡을 통해 굳어진 관절을 유연하게 하고 배꼽밑의 단전으로 깊은 숨을 쉬게 되면 몸 자체를 젊게 되돌려 놓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국선도가 CEO나 SW개발자 등 두뇌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좋은 운동이라고 덧붙인다.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은 화기가 위로 몰리면서 편두통과 스트레스 등 부조화현상이 나타납니다. 국선도는 호흡과 동작을 통해 기를 몸 구석구석으로 고르게 퍼지게 해 몸을 조화로운 상태로 유지시킵니다. 또 정신집중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CEO들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입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