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에 대해 최대한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권력의 향배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그래서 상대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보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경제분야의 경우 공정위원장 금감위원장 한은총재가 그런 자리라 하겠는데 이 역시 다를 것이 없다. 노무현 정부 첫 조각에 대한 일부 시민 단체들의 반응과 움직임은 이와 관련해서도 적지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제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 인선에 대해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료적 안정성이 도리어 경제개혁에 장애가 될 것"(참여연대)이라거나 "관료 출신들로 각종 불공정 거래를 척결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경실련)는 등이 그것이다. 물론 관료들의 입각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관료들이 대거 기용된 만큼 공정위원장 금감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개혁 성향의 인사, 구체적으로는 일부 개혁운동 단체의 지도자들에게 돌아와야 한다는 식이라면 매우 곤란하다.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관료 아닌 민간 전문가들이 경제장관에 기용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성립될지언정 "이번에는 관료들이 차지했으니 다음의 어느 자리에는 누구누구 하는 개혁 운동가들이 가야한다"는 식이라면 이미 순순한 시민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금감위원장이나 공정위원장 자리야말로 개혁적 열정보다는 차가운 법의식, 냉정한 균형감각, 그리고 전문가적 식견이 필요한 그런 자리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지적했듯이 '본때를 보인다거나 국민감정을 해소하는 식'의 사정 활동은 금물이다. 공정거래 정책이나 금융감독 정책도 전체 거시경제 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금감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후임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 찾아야지 비제도권 출신 개혁성향만 강조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