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자신의 내공을 공개적으로 입증하는 방법은 누구나 관심있는 문제에 대해, 누구나 아는 용어를 사용해,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롭고 탁월한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철학자들은 철학의 대중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문제가 제기되면 현학적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용어 뒤에 숨어버린다. 그래서 철학책은 재미없고 졸리다." 지난 2000년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의 주체성'이란 책을 내 화제를 모았던 철학자 탁석산씨는 최근 출간한 '철학 읽어주는 남자'(명진출판, 1만2천원)에서 철학의 대중화란 대중이 철학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철학의 전문가들이 대중들로 하여금 철학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물리학 자체는 대중화하기 어렵지만 무선 인터넷, 휴대폰, 퍼지 에어컨 등 물리학의 연구성과는 대중화할 수 있다. 이같이 철학자들도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대중이 '소비'할 수 있도록 가공하고 유통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책은 '철학은 삶의 숨소리'라고 주장하며 행복, 운명, 사랑, 섹스, 성형수술, 유머, 복권, 스포츠, 통일 등 현재 우리의 삶과 직접 연관된 문제들과 철학을 결부시킨다. 저자는 오랫동안 철학계의 논쟁거리였던 실체와 속성의 관계를 사랑을 통해 설명한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어떤 점이 좋아요?"라는 질문에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좋아요"라고 답한다. 그러나 저자는 사실 사람들은 외모나 성격같은 속성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실체라고 생각돼온 '영혼'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사랑이 지속되는 이유는 사랑을 했던 기억, 상대에 대한 신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철학이 대중들과 동떨어지게 된 이유중 하나로 서양철학의 지나친 영향을 꼽는다. 서양철학이든 중국철학이든 모두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철학이라는 것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