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센강을 끼고 있는 앙드레 시트로앵공원은 도시공원의 모델로 꼽힌다. 넓게 조성된 잔디밭과 수로, 원예기술을 총동원한 연속정원, 야생식물의 생태를 철따라 즐길 수 있는 변화정원, 2개의 대온실과 6개의 소온실, 물의 정원인 님프, 페르시안광장 등은 마치 프랑스 예술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하다. 지난 93년에 문을 연 이 공원은 원래 시트로앵 자동차 공장터였는데 파리시가 7만여평의 공장부지를 사들여 기존의 인근 공원과 함께 조성한 것이다. 파리시는 공원을 만들면서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79년에 매입한 뒤, 미적으로 가장 훌륭한 21세기형 공원을 만든다는 목표아래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채택했고, 인근 주거지역과 울타리 없이 조화를 이루도록 온 힘을 기울였다. 세계 유명도시에는 이렇듯 매력적인 공원들이 많다. 뉴욕에는 현대적 감각의 조경공학적 설계로 만들어진 센트럴파크가 있고, 런던에는 옛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영지에 인공호수를 갖춘 하이드파크가 있다. 도쿄에는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우에노공원이 대표적이며, 밴쿠버에는 채석장 위에 흙을 덮어 조성한 퀸 엘리자베스공원이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울려 눈길을 끈다. 도시공원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라고 한다. 공장굴뚝에서 품어져 나오는 매연으로 도시전체가 오염되면서 청정한 공기와 녹지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서양의 왕족이나 귀족이 사용하던 수렵장과 정원이 공원구실을 했다. '도시의 허파'로 불리는 공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원은 도시민들의 휴식지이면서 쾌적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서다. 온갖 세상얘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운동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가 이전되면 그 자리에 시민공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다. 여의도보다도 넓은 도심 한복판 1백만평의 땅이 공원으로 바뀐다니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다. 이만한 규모라면 세계적인 명소로 손색이 없을 터인데 이왕이면 우리의 문화까지도 살아 숨쉬는 공원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