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28일 아랍정상회담 결의초안 작성을 위해 막판 이견 절충 노력을 벌였으나 공동 입장을 도출하는 데 실패,이라크 위기를 둘러싼 아랍권의 심각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아랍연맹 22개 회원국 가운데 8개국 외무장관들과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으로 구성된 결의안 작성 실무위원회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샤름 엘-셰이크에서 결의안에 반영할 회원국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아랍 외무장관들은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공동 입장 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견해차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시리아와 알제리, 리비아, 레바논, 예멘 등은 아랍 정상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침공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취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미군 병력을 이미 수용하고 있는 일부 걸프 국가들은 이라크가 유엔사찰에 적극 협력하지 않을 경우 전쟁 책임이 이라크에 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 미국의 역내 주요 우방이면서 전쟁 동참을거부하는 국가들은 양 진영의 견해차를 절충한 타협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아랍권의 독자적인 노력과 동시에 유엔과의 협력을 통해서" 이라크 위기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안을 정상회의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아랍 언론들이 전했다. 아랍국가들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퇴진을 촉구하지 않는다는 한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돼 있다. 이라크와 직접적인 분쟁 당사국인 쿠웨이트의 모하메드 알-사바 외무 부(副)장관도 이라크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종래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후세인 대통령의 퇴진을 노골적으로 요구하진 않았다. 다른 회원국 장관들은 아랍정상회담에서 후세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해달라는미국측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7일 아랍 지도자들이 후세인 대통령에게 유엔의 무장해제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력히 촉구하고 그의 퇴진을종용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파월 장관의 발언이 "미국 정부가 수행하는 더러운 심리전에 관련된 어리석고 진부한 생각 중 하나"라며 "물러나야 할 사람은 자신의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무모한 독재자 부시(미 대통령)"라고 반박했다. 또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우리는 한 나라의 정권을 바꾸는 데 관심이 없다"면서 "그것은 분명히 내정을 간섭하는 것이며 우리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모든 당사자들에 국제 결의를 준수할 것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아의 알리 알-트레이키 외무장관도 이라크 정권 교체는 이라크 국민들이 결정할사항으로 아랍 정상회담이나 파월 장관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정상회담에 참석할 회원국 정상들과 고위 대표들이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28일에는 이라크 공식 권력 서열 2위인 이자트 이브라힘 혁명지휘위원회 부위원장과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이 도착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1990년 쿠웨이트 침공 이후 외국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 부총리겸 외무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그러나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아랍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이집트 관영 MENA통신이 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