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훈이의 체험일기 ] * 오전 9시 경제 캠프 마지막 날이다. 오늘 장터가 열린다. 다들 어제 못다한 장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나는 하루 사이에 CEO로 전격 승진했다. 모든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리는 것이다. 다소 흥분된다. 팝&팝(내가 속한 팝콘 기업)은 팝콘 기계를 들여놓고 종이를 말아 고깔 모양의 봉투를 만들었다. 가격을 놓고 동료들간에 언쟁이 붙었다. CFO(재무담당 최고책임자)인 환희가 가격대가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큰 고깔이 1만4천쿨로 인근 제과점인 '스위트 캔디'보다 가격이 2천쿨 정도 높다는 얘기다. 결국 환희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격대를 조정했다. CEO의 일은 참 힘들다. * 오전 11시 은행이 문을 열었다. 다들 환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원화와 쿨의 환율은 1 대 2다. 1천원을 내면 2천쿨을 준다. 시제품을 만들었다. 버터가 너무 많이 들어가 다소 느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체로 맛은 괜찮았다. 회사 동료들이 너무 많이 집어먹는 것 같다. 부모님은 장터에 조금 늦게 도착하신다고 한다. 홈쇼핑업체와 광고 계약을 맺었다. 그냥 팔더라도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지만 다른 업체들이 계약하는 것을 보고 계약을 맺었다. 동영상 없이 사진과 음성광고만 6만쿨에 계약했다. * 오후 1시 장터가 시작됐다. 부모님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장터로 들어오자 회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손님 맞이에 들어간다. 우리도 질세라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부모님은 아직도 안오셨다. 팝&팝으로도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제과점이나 음료회사보다 더 많은 것 같다. 다른 가계와 달리 냄새를 풍긴다는 점이 주효한 것 같다. 30분이 지났을까. 준비했던 1백인분이 순식간에 나갔다. 근숙이와 명현이는 뒤에서 고깔을 다시 만드느라고 정신이 없다. 환전이 뜸해지자 은행이 환율을 1 대 3으로 변경했다. 이제 1천원에 3천쿨이다. 마침 장사도 잘돼 가격을 3천쿨씩 올렸다. 그래도 주문이 이어진다. 대박이다. * 오후 2시 추가로 준비했던 1백인분도 금방 팔려나갔다. 모든게 순조롭다.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담당 선생님인 한송이 선생님이 경찰에 잡혀갔다. 멘토(경제교사)는 매매행위를 할 수 없는데 규칙을 어기고 다른 음식을 사드신 것이다. 회사 동료들과 감옥으로 면회 갔다. 선생님이 감옥에서 그림따라하기 벌칙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퓨전음료 업체인 '퓨전의 반란'도 인파가 넘쳐난다. 매출이 30만쿨을 넘어섰다고 한다. 가장 많이 팔린 '식혜+사이다+홍차+콜라'는 가격을 두배 가까이 올렸다. '스위트 캔디'도 물건이 모자라고 있다. 휴대폰 액세서리 업체인 '보석의 동산'은 잠시 소동이 벌어졌다. 카운터에 올려놓은 4만쿨 정도의 금액이 사라진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고 주변을 뒤졌지만 범인을 찾지 못했다. 나중에 영수증과 금액을 맞춰보고 오해였음이 밝혀졌다. 문구가계인 'C-7'은 침울한 표정이다. 목표의 반도 못채웠다. 야광 책갈피를 만들려고 했는데 재료를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CEO인 준섭이도 힘이 없어 보인다. * 오후 3시 장터가 마무리되고 부모님들을 위한 경제교실이 열렸다. 참석 부모님을 대상으로 용돈 관리와 가정에서의 경제교육에 대한 강의가 이이졌다. 우리 부모님은 강의 중반에야 오셨다. 나보고 무척 재미있었나 보다고 말씀하신다. 우리 회사가 올린 매출은 53만쿨. 전체 12개 기업중 최고다. CEO인 나는 '어울림 리더상'을 수상했다. 다른 동료들도 각자 상을 받았다. * 오후 5시 친구들과 작별하고 부모님과 집으로 향했다. 오면서 부모님께서 재미있었느냐고 물으신다. 너무 즐거웠다고 답했다. 차창 밖으로 가게들이 스쳐지나간다. 익숙했던 광고판이 새롭게 보인다. 이제는 좀 더 다른 눈으로 경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공공기관과 회사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활동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무척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정리=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