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백두대간 희양산 자락에 위치한 봉암사.성철 혜암 법전 스님 등 한국의 대표적 선승들이 일제시대에 흐트러진 수행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 '봉암사결사'를 결행했던 이 절은 82년 이후로 문을 굳게 잠그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해왔다. 그래서 봉암사의 숲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상태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KBS 취재진이 봉암사 측의 배려로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인 봉암사 숲의 아름다움을 서사적 영상으로 담는 데 성공했다. 1년간의 장기 촬영을 통해 담아낸 이 화면들이 KBS 창립 30주년을 기념한 '자연다큐멘터리-봉암사의 숲'(5일 오후 10시 방송)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봉암사 숲은 국내 최고의 야생동물 서식처다. 특히 까막딱따구리,원앙,올빼미,큰소쩍새 등 야생동물들이 스님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취재진은 국내 최초로 원앙의 집단산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큰소쩍새의 알 낳기,알 품기,사냥,둥지 떠나기 등 생태과정을 피사체의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는 근접촬영 기법으로 찍는 데 성공했다. 봉암사 숲이 보존된 것은 스님들의 생명존중사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님들은 개미와 같은 미물에도 생명의 존엄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개미가 다니는 길목에 막대기를 놓아 개미가 마음 놓고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추운 겨울에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준다. 스님들이 참선에 몰두해 있는 동안 처마밑에서는 올빼미가 더위를 피하고,두꺼비는 스님의 신발 속에서 비를 피한다. 신동만 PD는 "이 프로그램은 서구의 적자생존 논리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바탕으로 자연생태를 관찰하는 동양적 자연다큐멘터리"라며서 "인간과 뭇생명들의 아름다운 동거를 한 폭의 동양화같은 모습으로 촬영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