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총장] 홍순길 <항공대총장>-양기곤 <벨웨이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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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의 정부' 새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이 임명됐다.
의대는 물론 다른 분야에 비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이공계 출신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정보통신 정책 결정권자에 올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CEO가 만난 모교 총장, 이번에는 '이공계 특성화를 통한 대학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항공우주과학 분야의 특성화 대학인 한국항공대의 홍순길 총장과 휴대폰 기술개발업체인 벨웨이브의 양기곤 사장이 만나 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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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기곤 사장 =한국항공대는 국내 항공운항 인력 양성의 산실로 인정받으면서 작지만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자리잡아왔습니다.
국립대에서 사립대로 전환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은데요.
▲ 홍순길 총장 =한국항공대 재학생 수는 3천5백여명밖에 안되지만 3분의 2가 항공우주 관련학과 학생일 정도로 특성화돼 있습니다.
지난 79년 국내 항공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대한항공에 인수된 이후 조종 정비 관제 및 항공공학 등의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1인당 2억원의 비용이 드는 조종사 양성 등 특수교육 분야에선 대한항공 공군 등과 협력체계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항공우주 분야 중심대학으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국제회의센터 항공우주박물관 등이 들어서는 '항공우주센터'를 착공했습니다.
▲ 양 사장 =대학들이 신입생 유치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한국항공대 대책은 무엇인가요.
▲ 홍 총장 =한국항공대는 올해 정시 지원율이 5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우수 학생들이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수요자인 학생이 중심이 되는 대학으로 발전하려고 합니다.
올해 5회째인 전국창작모형항공기대회 입상자들에게 대학 입학 때 가산점을 주고 있습니다.
항공산업 관련 종사자 자녀를 특별전형으로 뽑고 있으며 2002학년도 입시부터 경기 북부지역 학생을 정원 3% 내에서 우선 선발하는 지역할당제도 운영중입니다.
▲ 양 사장 =대학들도 특정 분야를 집중 투자.육성하는 특성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 홍 총장 =한국항공대는 이미 특성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커리큘럼상 13개 전공 가운데 8개가 항공우주 관련 학과입니다.
앞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도록 맞춤식 교육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항공정비공학과라면 방학 동안 학생들이 정비공장에서 실습도 하면서 회사 중역들이 직접 실시하는 실기교육을 받는 과정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2004년까지 관제사 정비사 등을 키우고 재교육시키는 '민항공종합교육센터'를 설립하려고 합니다.
내년부터 국제화와 산.학 협동을 위해 미국 보잉사와 글로벌 산.학 협동과정을 운영, 항공대 학생들이 인턴십을 통해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 양 사장 =최근 사원 50명을 채용하는데 대졸자 3천5백명이 몰릴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우수 인재 뽑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재 양성이 그만큼 중요한데 한국항공대의 인재 양성방안은 어떤 것입니까.
▲ 홍 총장 =요즘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때 영어성적을 가장 중시합니다.
우선 학생들의 어학실력을 키워 취업걱정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토익(TOEIC) 모의고사를 치러 어학실력이 향상되도록 하고 영어졸업인증제도 구상중입니다.
▲ 양 사장 =일반적으로 한국항공대는 취업 문호가 좁다고 얘기하지만 항공우주는 모든 과학기술 분야의 최첨단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졸업 후 어느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이공계 기피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이공계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줘야 할 텐데요.
▲ 홍 총장 =맞습니다.
앞으로 이공계 학생들에게 1.2학년 과정에서 경영 관련 과목을 필수적으로 교육시킬 생각입니다.
엔지니어인 동시에 관리자로서의 자질도 키운다는 취지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정부에서 해외유학을 가는 이공계 인력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국내 연구소나 이공계 대학원에 지원할 때도 장학금이나 병역혜택 등을 제공해야 합니다.
▲ 양 사장 =과거 기업 경영자들 가운데 이공계 출신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정부나 기업 모두 일정직위 이상에선 이공계 출신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죠.
정부와 기업에서 기술 변화를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는 이공계 출신들을 중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홍 총장 =그렇습니다.
나아가 기술고시도 확대하고 정부 인사에서도 공학 관련 인력을 과감하게 채용해야 합니다.
이공계 출신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학생들에게 보여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 양 사장 =대학도 산업현장에서 활동중인 선배 CEO들을 초청해 강의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국내외 대학들과 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 홍 총장 =한국항공대는 이미 미국 플로리다의 앰브리리들(Embry-Riddle) 항공대와 학술교류 협정을 맺어 매년 4∼5명의 학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중국 난징항공대 베이징항공대 선양항공대, 영국 크랜필드대, 우크라이나 국립항공대, 러시아 민간항공대 등과 협정을 체결해 올해부터 학생 교류와 공동연구를 추진하게 됩니다.
▲ 양 사장 =벨웨이브는 설립 초기부터 직원 출.퇴근 시간을 없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경영방식을 선진화하니까 직원간 팀워크가 강화되고 회사도 고속성장하게 됐어요.
대학도 기업 경영방식을 밴치마킹해야 한다고 봅니다.
▲ 홍 총장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항공우주처럼 산.학.군.민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도 없습니다.
2005년 전남 고흥의 외나로도에 우주센터가 만들어지는데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우주분야 연구가 지속돼야 할 겁니다.
▲ 양 사장 =벨웨이브도 그동안 휴대폰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손잡고 휴대폰 응용기술을 개발해 많이 발전했습니다.
덕분에 올해 매출목표를 6천억원 가량으로 잡았습니다.
유럽지역의 원천기술 보유회사를 기업인수.합병(M&A)해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중국 등 국제이동전화(GSM) 시장에서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