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터키내 미군 주둔 허용안이 터키 의회에서 부결되고,이라크가 유엔 요구대로 금지 미사일을 폐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반전분위기가 더 강해지면서 미국의 2차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 ◆터키 의회,미군 주둔안 거부=터키 의회는 1일 정부가 제출한 미군 주둔 허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백64표,반대 2백50표로 부결시켰다. 가결기준인 과반수 찬성에 4표가 모자랐다. 이로써 터키내 미군 주둔 권리를 확보,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본격화하려던 미국의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번 안건은 미군 병력 6만2천명과 전투기 2백55대, 헬리콥터 65대를 터키에 주둔토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터키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우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는 바로 민주주의"라고 밝혀 부결된 사안을 재상정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터키의 미군 주둔 불허에 맞춰 아랍지역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도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 반대하며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라크,미사일파괴 시작=이라크 정부는 이날 "사정거리가 1백50㎞를 초과하는 '알사무드2'미사일 4기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또 "남아있는 미사일 1백∼1백20기도 수주일내에 없앨것"이며 "사찰요원들과 이라크 생물학무기 과학자들간의 개별 인터뷰도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이라크가 미사일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은 실질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유엔에 제출되는 무기사찰단 보고서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입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당혹해 하는 미국=터키의 미군 주둔안 가결을 예상하고 환영성명까지 준비했던 미 국무부는 이날 로버트 피어슨 터키주재 미국대사를 압둘라 굴 터키 총리에게 보내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이라크의 미사일파괴에 대해 '사기극'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대이라크 강공책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프랑스의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무기사찰단에 사찰기간을 더 부여할 것"이며 "제2차 결의안에 대한 표결도 즉각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결의안 통과여부에 관계없이 이라크공격에 나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