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을 꺾어라] 포스트, 시리얼시장 '앞지르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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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은 곡물로 만든 식사대용식품.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영양이 풍부하다는 장점에 힘입어 도시인들의 아침 식탁을 점령한 지 20년이 넘었다.
70년대말 연간 20억여원에 불과했던 시장은 지난해에는 1천4백억원대에 달했다.
이 시장은 동서식품(포스트)과 농심켈로그(켈로그)가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여년간 함께 시장을 키워왔다.
공평하다고 할 정도로 시장을 반씩 나눠갖고 있어 담합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끝없이 싸울 수밖에 없다.
한쪽이 웃으면 다른쪽은 울어야 하는 '제로섬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다보니 마케팅 담당자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곤 한다.
한 실무자는 "시장이 빤하다 보니 상대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그만큼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시장 진출을 노렸던 식품회사들이 번번이 발길을 돌렸던 것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시리얼 시장 안팎에서 악재가 터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리얼 시장은 지난해 처음 역신장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대접도 예전 같지 않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2,3년 전부터 이미 하향세로 돌아섰다.
가격 인상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선식 생식 떡 등 '대체식'이 시리얼 시장을 위협해왔다.
시리얼 값을 대폭 올리면 고객이 대체 먹거리로 이탈할 게 뻔하다.
오랜 '파트너'인 우유 소비마저 줄고 있다.
최근에는 국 밥 등 아침식사를 배달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동서식품과 농심켈로그는 저마다 시리얼 시장에서 자사가 1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과 CMS(www.cms.co.kr)가 전국 2백여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2월 판매금액 기준)을 조사한 결과 동서식품의 포스트가 56%를 차지,켈로그를 약 12%포인트 차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식품은 슈퍼마켓 시장만 놓고 비교하면 자사가 확실히 앞섰고 전체적으로도 약 2%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지난 99년 뒤집기에 성공한 이후 포스트 판매량이 계속 켈로그를 압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켈로그측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제3의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켈로그가 전체 시장의 53.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물량으로 보면 저가정책을 쓰고 있는 포스트가 앞설 가능성이 있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켈로그가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얘기다.
켈로그 제품은 포스트 제품보다 5∼20% 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다.
두 회사는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시장을 지키지 못하면 생식 선식 등에 잠식당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
김진홍 농심켈로그 마케팅부장은 "다른 식사 대용식품들이 거세게 도전하고 있는 마당에 제살깎기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객이 선택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이 급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