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기업에 대한 회계감사가 크게 엄격해져 지난해 실적을 둘러싼 기업과 회계법인 간의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외부감사 이후 순익이 크게 줄어든 기업이 급증하는가 하면,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현재까지 정기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경우도 늘고 있다. 2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일부 대기업 계열사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회계부정을 적발해 내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수위를 크게 높이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해 6백31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자체 추정한 한진해운은 회계법인 감사를 받으면서 당기순이익 규모를 1백85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회계법인이 장기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의 추가 계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외부감사의견을 반영, 지난해 4백34억원 흑자에서 2천4백54억원 적자로 손익을 수정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주식에 대한 평가손을 손익계산서상 투자 자산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는 회계법인의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대우건설 해태유통 아세아시멘트 태평양물산 등 10여개 상장사들이 회계법인 요구에 따라 이익을 대폭 줄였다. 한미창업투자 한국기술투자 한성엘컴텍 한국알콜 등 10여개 코스닥기업도 회계법인 감사 이후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 2월말 현재 12월법인 상장사 5백76개중 1백84개,코스닥 8백1개 가운데 3백83개 등 총 5백67개사가 주총 일정을 잡지 못한 것도 회계감사와의 이견 때문이라는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각종 부실위험을 올해부터는 손실로 반영하라고 기업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중 10%를 무작위 추출한후 회계감리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해 회계부정 적발시 중징계를 내린다는 방침도 이같은 엄격한 회계감사를 유도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회계감사에서 거절 또는 부적정 판정을 받는 기업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외부감사 결과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부감사 결과 거절 또는 부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등록) 폐지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