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생산시설, 한국과 일본에서는 금융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후지모리 요시아키 GE 아시아퍼시픽 총괄 사장은 "앞으로 한국에서는 금융 분야를 확대하고 생산 분야 투자는 중국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국에서는 매출이 매년 30%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등장하면서 한국이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려면 새로운 동기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신고 기준)는 3년 연속 감소했다. 99년 1백55억달러를 정점으로 2000년 1백52억달러, 2001년 1백12억달러로 줄어들더니 2002년에는 91억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대비 12% 늘어난 5백27억달러. 한국이 투자처로 그만큼 빛을 잃고 있다는 증거다. 산자부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 인수합병(M&A) 물량 감소를 이유로 꼽았다. 특히 외환위기가 낳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소멸은 향후 외국인 투자유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자본 유입이 활발했던 2001년의 경우 투자의 69%가 한국 기업에 대한 M&A였다. 높은 임금과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도 외국인 투자유치에 방해요소다. 에릭 닐슨 볼보코리아 사장은 "한국의 임금은 언뜻 보면 몇몇 선진국에 비해 싸보이지만 낮은 노동생산성을 감안하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FDI 유발책으로 송도경제특구.개성 공단 등 비장의 카드를 하나씩 빼들고 있지만 외국인을 감동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특정 지역만 개발해 외국인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윌리엄 오벌린 암참 회장은 최근 "서울을 동북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만들자"고 여러번 제안했다. 이는 GE가 한국에서 금융부문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말한 것과도 상통한다. 암참은 이 금융 중심지 건설을 위해 대통령직속의 실무추진팀을 만들고 외국 기업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