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아파트 시공사를 선정할 때 주택건설업체들이 선심쓰듯 제시하는 '무(無)이자' 이주비는 실제로는 주민들이 이자를 부담하는 '유(有)이자' 지원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시공사들은 지원된 이주비의 이자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이익까지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무이자 이주비라는 용어를 '기본 이주비'로 바꾸고 금리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비는 '공짜'가 아니다=주택건설업체들은 재건축·재개발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무이자 이주비를 많이 주겠다며 조합원들을 유혹한다. '무이자'라면 말 그대로 공짜로 빌려주는 돈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말만 '무이자'지 실제로는 이자가 공사도급금액에 그대로 포함돼 조합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시공사는 단지 조합원들을 대신해 이자를 납부해줄 뿐이다. 실제로 최근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 문제로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가 마찰을 빚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4단지의 경우 무이자 이주비에서 발생하는 이자(6백68억원)가 모두 공사도급금액에 포함돼 있다. 모든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잠실주공 4단지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이자 이주비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다 1% 안팎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잠실주공4단지의 경우 이주비의 실제 이자율은 연 6.8%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무이자 이주비라는 말 자체를 바꿔 조합원들의 혼선을 없애야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이자 이주비 '이자 부풀리기' 만연=재건축·재개발아파트 시공사들이 무이자 이주비의 이자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고발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장종권 재건축사업단 팀장은 "일부 시공업체들이 민간 컨설팅업체들과 짜고 무이자(?) 이주비 이자를 과대계상해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은 전문지식이 없어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팀장이 밝힌 악덕 시공사들의 이주비 이자 조작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주 초기에 이주비 전부가 지급되지 않았는데도 전부가 지급된 것처럼 꾸며 전체금액에 대해 이자를 물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주 개시 후 한 달 동안 전체 주민의 10% 정도가 이주비를 받고 이사했다고 가정해보자.이때 시공사는 10%에 대해서만 이자를 청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시공사는 1백%의 이주비에 대한 이자금액을 상정해 공사도급금액에 포함시킨다. 매달의 이주율 파악이 곤란하다는 점을 악용해 전체 이주비의 이자부분을 조합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가가치세를 이주비 이자부문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부가가치세를 청구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지만 조합원들이 세법을 모른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리상승이 없는데도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이자를 부풀리는 사례도 있다.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공사도급금액을 올리기로 계약했다고 가정해보자.무이자 이주비가 공사도급금액에 포함돼 있을 경우 금리 변동이 없는데도 물가변동 때문에 이주비 이자가 인상된다. 장 팀장은 "시공사의 횡포를 막기위해서는 시공사를 통하지 않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주비를 직접 대여받은 후 이자를 납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