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 대기업 오너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FT는 '한국재벌들 사선(射線)에 서다(Korean conglomerates in line of fire)'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불법 주식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은 새 정부가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지배해온 강력한 재벌들을 상대로 개시한 공격의 첫번째 희생자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삼성과 LG를 비롯한 다른 재벌들도 앞으로 공격목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SK그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중도좌파 성향으로 재벌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같은 시기에 이뤄진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노 대통령이 재벌의 투명성 제고와 족벌 기업주의 소액주주에 대한 책임강화를 공언해 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수사가 노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검찰의 과잉 충성에서 비롯됐다'는 일부 분석과 함께 '국민의 관심을 현대그룹의 북한송금 파문으로부터 분산시키려는 전임 김대중 정권의 시도'라는 다른 일각의 주장을 동시에 소개했다. FT는 그러나 노 대통령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