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相民 칼럼] 金振杓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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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를 팀장으로 하는 노무현정부 첫 경제팀의 앞날은 어떨까.
이래저래 따져보면 딱하기만 한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그렇다고 경제팀 구성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목소리만 큰 낯선 얼굴들이 아니라 오랜 경험을 가진 테크노크라트들로 경제팀을 구성한 것은 잘한 일이고, 경제장관 면면을 하나 하나 뜯어보더라도 어느 때 경제팀에 비해서도 결코 손색없는 수준급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앞날을 가름할 메가톤급 변수들에 대해 새 경제장관들이 구경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그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바로 그런 점에서 새 경제팀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풍랑 속에서 가야 할 곳은 빤히 보이는데 그곳으로 저어나갈 삿대는 없는 꼴이라고 한다면 과연 지나칠까.
지난 1일 시청앞 광장을 메운 인파(사회자인 천주교 한민족돕기회 회장 봉두완씨는 1백만명이라고 했다가 54만명이라고 수정했다)가 우리 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군철수 결사반대(육사8기) 등의 플래카드를 든 시민,그것도 이런 유형의 집회엔 극히 어울리지 않는 나이든 사람들이 그렇게 운집한 까닭은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이대로 가면 큰 일(전쟁)날 지 모르겠다는 위기의식이 그들을 시청 앞으로 불러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지금 우리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불안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증시에서 '팔자'고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런 구도가 계속 이어진다면 전쟁이 나지 않더라도 경제가 큰 일 날 것은 자명하다.
경제를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걱정스럽기만 하다. 금리나 환율 등 통상적인 경제정책 변수로 대응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새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대로 가면 전쟁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해 강경하기만 한 미국정부에 무턱대고 동조하는 것만이 꼭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은 그 나름대로 논리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있느냐다.
최대의 전쟁억지력은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동족의식이 아니라 미8군이라는 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주한미군이 최대의 전쟁억지력으로 기능해왔다면 그 철수ㆍ감축은 물론 재배치도 대내외적으로 경제ㆍ사회적 파장이 따를 것은 당연하다.
서울 이북에 중점배치된 주한미군은 전쟁이 나더라도 6·25 때처럼 서울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른바 고수방어 개념과 미군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trip-wire)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의미가 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바로 그런 미군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은 증폭될 수 있다.
이것이 새 정부 대(對)미 특사들이 주장한 한·미관계의 재조정(rebalance)이라면 문제가 있다.
총선이 불과 1년 앞이란 점도 경제팀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 또한 자명하다.
경제도 잘 풀리고 '개혁'도 금년 안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도록 해야 할텐데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로 아니다.
앞쪽과 뒤쪽간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자체가 지난(至難)한 일이기도 하지만,뒤쪽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은 여건이기 때문에 경제장관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엉거주춤하다가 희생양이 되는 게 십상일지도 모른다.
2∼3년간을 보장하겠다는 게 노대통령 얘기지만 그렇지 못한 장관이 나온다면 경제부처 장관들 중에서 나올 공산이 짙다.
농업정책 노동문제 등에 대한 경제장관들간 인식의 일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도 그런 우려를 더하게 한다.
문제는 경제장관들의 행동반경을 어떻게 넓혀 주느냐다.
우선 한·미간 불협화음이 더이상 확대돼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북한 핵문제도 통일정책적 차원에 앞서 글로벌경제체제 아래서 한국경제의 현실을 먼저 생각하며 다뤄야 한다.
'7% 성장과 분배의 정의실현'도 방법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업 활력-고용 확대만이 그 길이라는 것을 정권적 차원에서 인식해야 하고,그렇게 되도록 경제장관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