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드산업'] (3) 카드산업 살리려면.. 건전성 향상 기회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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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고 무리한 규제=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2001년 들어 카드빚은 전년도에 비해 30% 정도 불어나면서 연체율도 3.8%(2001년말 기준)까지 올라갔다.
'위기신호'가 감지된 것이다.
사회 곳곳에선 카드빚때문에 가계가 흔들리고 카드사들의 경영실적도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02년 들어 카드산업의 위기는 가시화됐다.
한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연체율은 꺾일줄 몰랐다.
드디어 금융당국은 칼을 빼들었다.
카드사의 대출서비스 비중을 제한하고(4월),대손충당금 적립비중을 상향 조정하고(6월 7월 10월),신용카드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강화(11월)하는 규제방안을 잇따라 내놨다.
카드업에 대한 그동안의 '관리 소홀'을 일시에 만회하려는 듯 규제내용은 강력하고 직접적이었다.
금융당국의 기습적인 규제 앞에 카드사들은 당황했다.
또 금융당국의 규제를 자산건전성 향상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이를 효과적으로 피해나가는 방안을 찾았다.
한마디로 '꼼수'를 부린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50대50 룰'이다.
정부는 카드사들이 신용판매(일시불+할부)와 대출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의 비중을 동일하게 맞출 것을 지도했다.
이는 지나친 현금서비스 영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돈 되는 대출서비스 영업을 축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신용판매 영업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카드사의 주수익원인 현금서비스 영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카드사의 논리였다.
'꼼수'의 결과는 참혹했다.
신용판매액을 무리하게 늘리려다 보니 카드사들은 각종 역마진 사업(가맹점 수수료 받지 않기,무이자 할부영업 확대)에 손을 댔다.
카드사의 영업수지가 더욱 악화됐음은 물론이다.
설상가상으로 현금서비스 연체율까지 늘어나 카드사의 영업수지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50대50룰'의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한 정부의 규제정책과 카드사의 '꼼수'가 어우러져 카드산업은 적자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카드사,할 말 있다=요즘 카드사 공기는 스산하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중 최소한 3~4개 카드사는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카드사의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데는 물론 카드사의 잘못이 가장 크다.
미래를 예측하는 적절한 경영전략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정책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습적이고 강력한 규제정책에 미처 대응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카드사를 적자구덩이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가격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회사의 주수익원인 현금서비스 이자율을 평균 3.7%포인트 내렸다.
"현금서비스 이자율이 너무 높아 여론이 좋지 않으니 알아서 내리라"는 정부의 압력 때문이다.
A카드사 임원은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가격결정을 직접 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가격결정도 카드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제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내수경기의 진작 덕분"이라며 "내수경기 진작에 큰 역할을 맡았던 카드업을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압사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