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원자재가격이 가뜩이나 전망이 불투명한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는 이라크사태에 따른 수급불안으로 지난 1990년 걸프전수준까지 급등했다. 니켈 알루미늄 주석 등도 지난해 11월에 걸린 "상승시동"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원자재가격이 연일 상승하자 일각에서는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둔화속 물가상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유가,걸프전 수준으로 급등=원자재가격 급등은 유가가 주도하고 있다. 국제거래의 핵심지표가 되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하며 90년 걸프전 당시 최고치(41.02달러)를 넘보고 있다. 올들어 상승폭만도 23%에 달한다. 더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유가가 단기간에 배럴당 40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석유산업연구재단(PIRF)의 래리 골드스타인 이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군사작전이 개시되면 유가가 50달러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 국제유가는 불과 2개월여만에 2배이상 급등했다. 금 알루미늄 등 여타 원자재가격도 연일 동반상승하고 있다. 특히 니켈가격은 올들어 30% 가까이 급등했고,구리 주석 천연고무등의 상승률도 일제히 두자리수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원자재 가격동향을 나타내는 미국의 CRB지수는 지난달 28일 현재 245.88로 연초대비 5%이상 상승했다. 수요증가보다는 불확실성이 요인=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보다는 불확실성이 원자재가격의 상승요인이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이 전망이 확실치 않은 주식시장을 피해 국제정세 불안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는 상품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라크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고조,달러가치 약세등이 겹치면서 금값은 올 상승폭이 20%를 넘어섰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달러가치가 추락한 1987년에는 금값이 온스당 5백달러(현재 3백50달러선)까지 치솟았다. 전세계에 불고 있는 초저금리 바람도 원자재값 상승에 일조를 하고 있다. 치솟는 원자재값은 가뜩이나 불투명한 세계경제에 치명적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원자재값 급등이 "물가상승-소비감소-생산부진"이란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1월 도매물가가 13년만의 최대폭(전달대비 1.6%)으로 급등,이같은 우려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뉴스인 CNN머니도 "이라크사태 악화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한 단계 더 급등할 경우 미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