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1:43
수정2006.04.03 11:44
이라크 전쟁위기로 세계경제의 고개가 꺾였다.
국제금융기구와 각국 정부들은 일제히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세가 펼쳐질 것이라던 당초의 기대는 약해지고,작년만큼만 성장해도 다행이라는 잿빛 전망들만 쏟아지고 있다.
성장률 하향 도미노사태=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권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등 신흥시장국들의 올 성장 예상치도 모두 하향 수정되고 있다.
이라크전쟁위기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증시가 침체되면서 기업투자와 소비심리 위축 등의 성장저해 요인들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당초보다 0.25%포인트 낮은 3.25%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중앙은행도 금년 예상 성장률을 작년 11월의 전망치인 3%에서 2.5%로 낮췄다.
일본의 주요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일본의 예상 성장률을 0.8%에서 0.5%로 축소,조정했다.
경기침체위기에 몰린 독일을 축으로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2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3%에서 1.3%로 1%포인트 대폭 하향조정 했다.
고성장권인 동아시아 신흥시장국까지 성장률 하향조정을 겪고 있어 세계는 성장엔진 상실의 위기에 몰려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연초 한국의 금년 성장률을 작년 10월에 전망한 5.6%에서 5%로 낮췄다.
또 인도네시아(4%에서 3.6%),말레이시아(5.2%에서 4.7%),싱가포르(4.7%에서 3.8%),홍콩(3.5%에서 3%)의 성장전망치도 떨어뜨렸다.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살아날 듯=앨런 그린스펀 미 FRB의장은 지난달 중순 미의회에 출석,"미국-이라크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경제가 급속히 회복될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언급,전쟁종식과 함께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제임스 올펜슨 세계은행총재는 그린스펀의장보다 더욱 비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이탈리아 로마의 세계원조공여국 회의에서 "이라크전쟁 불안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의 장.단기에 상관없이 세계경제는 큰 충격을 받아 상당히 오랜동안 성장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IMF 한 관리의 경고는 더욱 자극적이다.
IMF의 로제리오 산다멜라 브라질주재 대표는 이라크전이 발발하면 투자 및 소비감소로 올 세계경제성장률이 작년의 절반인 1.5%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성장률 하향조정과 경기불안 경고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올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기대했던 급격한 회복은 불가능해도 "상반기 암울-하반기 서광"을 대세로 보고 있다.
전쟁이 상반기중 개시되면,일단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걷히면서 하반기부터는 기업과 국민 모두 서서히 투자와 소비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