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시.도 산하 시설공단이나 공사 등 공기업이 퇴직 공무원들의 안식처로 둔갑하고 있다. 공기업 고위직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은 데도 해당분야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경영부실은 물론 관리부재 현상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구지하철도 퇴직 공무원이 사장이 되면서 직원교육이나 안전시스템에 대한 관리가 극도로 부실해 대형참사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난달 19일 퇴직 공무원인 권모씨(58)와 고모씨(57)를 각각 지하철공사와 인천터미널 사장으로 임명했다. 두 사람은 지하철 및 터미널 운영업무를 경험하지 않은 문외한이다. 특히 시민의 교통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지하철공사는 건설경험이 있는 초대 사장을 제외하고는 2대와 3대 사장 모두 무경험 퇴직자를 임명해 조직 내부에서도 비효율과 안전불감증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높다. 지난해 설립한 인천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직을 비롯한 각 구청의 시설관리공단 사장 자리도 모조리 단체장의 측근이나 퇴직 관료들로 채워졌다. 인천시는 올 상반기중 주택 건설 등을 담당할 도시개발공사를 출범시키면서 70여명의 공무원들이 이동할 예정이어서 자리 풍년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방화 참사를 부른 대구지하철공사 윤진태 전 사장은 대구시 공보관과 수성구청 부구청장을 역임한 후 골프장 사장을 거친 인물로 지하철 분야 경력이 전무하다. 이뿐 아니라 대구지하철공사 전임 사장들도 모두 대구시의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퇴직 공무원으로 전문경영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하철공사 직원들은 "시 출신 공무원을 사장으로 내려 보내는 건 경영과는 담을 쌓겠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도시개발공사에도 퇴직 관료가 대부분이고 상공회의소 및 섬유산업협회 상근 부회장 등 민간분야도 관료 출신들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환경시설관리공단 등 두 곳의 공사 이사장에 윤종문 전 부산시 건설본부장 등을 임명 발령했다. 부산시는 공개채용 형식을 취했으나 실제론 부산시 출신 인사만을 기용, 생색내기용 공채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방도 자치단체 산하 공사의 인사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등 중앙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를 공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