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은 없지요. 평소에 아이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끊임없이 북돋아주려고 애써요. 스스로 가족의 핵심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요. 말하자면 '참여가정'을 꾸린달까요." '10대에게 경제교육을' 시리즈를 애독해온 독자들에겐 '이석이 아빠'로 더 친숙할 손기원씨(인솔회계법인 대표)의 조언이다. 손씨는 자녀들에게 이른바 '서바이벌 극기체험'(한경 1월13일자 A13면 참조)을 시키는 독특한 교육법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주인공.자녀들이 방학중 1주일 동안 스스로 돈을 벌어 숙식비를 내고 '생존'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손씨는 "부유한 부모가 넘치게 지원을 해주다가 아이들을 버리는 경우를 보았다"며 "자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되 부모는 바람직한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서바이벌 체험도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낸 것"이라고 말한다. 기사가 나간 후 손씨 가정의 교육방식을 따라 해 보겠다는 집이 많았지만 중간에 두손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아이들이 '거부'했기 때문.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다가 하루 아침에 아이들에게 자체생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제 주변에서도 감탄은 하되,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사실 경제교육의 독특한 사례로 소개됐지만 손씨 가정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원칙에 철저하다. 끊임없이 '개인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아이들에게 모든 일을 '경영'하듯이 하라고 가르쳐 왔어요. 계획을 짜고, 실행하고, 결과물을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라는 거지요. 자신들이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의사결정자라는 사실을 직접 간접적으로 주지시키고요. 가족회의를 주재하도록 하거나 회의록도 스스로 쓰게 합니다. 아이들도 잘 따라 주었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더군요." 그는 "부모들부터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집에 새 물건을 들여놓을 때 합리적인 구매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가르쳤던 내용과 반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되니까요. 누가 집을 팔아 얼마를 남겼다느니 같은 이야기처럼 아이들이 돈에 대해 부정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되거나 욕심을 부추기게 할 이야기는 애들 듣는 앞에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백마디 말보다 작고 사소한 것부터 본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