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구 파리특파원의 '명품이야기'] '로비 윌리엄스의 패션'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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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남성 인기가수 로비 윌리엄스가 자국 패션 산업계의 희망으로 부상했다.
70년대 클리프 리챠드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로비 윌리엄스가 유럽에서 "가장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쉬한 스타"로 확고한 자리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패션계 영향력은 같은 영국 출신으로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성 보컬 스파이스 걸 출신의 브리티니 스피어스를 훨씬 능가한다.
영국 패션업계는 로비 윌리엄스가 자국 명품 브랜드의 국제적 지명도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영국의 10여개 인터넷쇼핑몰에서는 로비 월리엄스의 티셔츠와 패션 액세서리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까지 인터넷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액세서리 디자인 업체 테이트오션은 아예 로비 월리엄스 컬렉션을 따로 준비했다.
2년전 로비 윌리엄스가 런던의 본드 스트리트 매장에 우연히 들러 구입한 실버 체인 팔찌가 1주일만에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자 그의 이름을 딴 컬렉션을 만든 것. 불과 5년전만 해도 로비 윌리엄스가 유럽 패션계의 우상이 되리라 믿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테이크 댓 남성밴드 출신인 그는 깔끔하고 세련된 패션 스타일보다는 스포츠형 캐주얼웨어를 선호하는 쿨 보이였다.
게다가 양팔에 새긴 문신은 댄디하기 보다는 반항적 기질을 감추고 있는 "앙팡 테리블"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로비 윌리엄스가 즐겨 입던 아디다스의 오리지널즈가 순식간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의 패션 스타일은 주목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영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아디다스는 로비 월리엄스 덕에 영국시장을 정복했다.
런던 패션계는 그의 영향력에 깜짝 놀랐다.
그는 이제 네오댄디즘의 우상으로 자리 잡았다.
로비 윌리엄스의 뛰어난 패션 감각은 몇해 전부터 음반 커버 사진과 뮤직비디오에서도 드러났다.
"블로우잉 인 더 윈드" 앨범에서 블랙 스트레이트 외투에 모자를 쓴 모습은 미국 팝 스타 밥 딜런을 연상시킨다.
짙은 회색의 양모 스웨트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엔젤"의 커버 사진은 크리스티앙 디오르 향수 광고에 나오는 프랑스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과 흡사하다.
특히 영화배우 니콜 키드만과 함께 부른 듀엣송 "섬씽 스튜피드"가 들어 있는 재즈 앨범 "스윙 웬 유아 위닝"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온갖 패션 쟝르를 다 보여준다.
그는 이 뮤직비디오에서 영국 최고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특별히 디자인한 록 허드슨 풍의 스웨터와 소매 끝에 리본이 달린 흰 셔츠를 입고 그 위에 다크블루 연미복을 걸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네오댄디즘의 극치를 연출했다"고 극찬했다.
이 뮤직비디오 의상을 담당한 종합 의류 브랜드 멀베리는 로비 윌리엄스의 인기가 오르면서 유럽 멋쟁이들이 찾는 패션 일번지로 등장했다.
멀베리는 미국 일본에서도 로비 윌리엄스 패션이 날이 갈수록 인기를 더하자 최근 인터넷쇼핑몰까지 개설했다.
로비 월리엄스의 패션 신드롬에 대해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한 영국의 자랑(British pride)"이라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영국 패션산업의 미래가 로비 월리엄스에게 달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