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달러 외교'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이라크공격을 지지해 주면 대규모 경제지원을 해주겠다는 미 정부의 유혹에도 불구,미국편으로 돌아서는 국가들은 없다. 이에 따라 미국의 2차 결의안이 유엔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게다가 반전시위 확산과 함께 미국과 영국의 고등학생들도 5일 이 대열에 합류,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성과없는 달러외교 미국은 지금까지 달러외교를 통해 단 1개국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중립적이던 멕시코는 전쟁반대 입장으로 돌아섰고,믿었던 터키도 등을 돌렸다. 어려운 국내경제로 '달러'가 절실히 필요한 파키스탄 앙골라 등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도 미국의 경제지원 제의에 묵묵부답이다. 미국의 달러외교 실패는 이날 이웃 우방국 멕시코에서 확인됐다. 비젠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2차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미 정부는 미군주둔 허용 대가로 터키에 1백50억달러의 경제지원을 약속했지만,터키 의회는 미군주둔안을 부결시켰다. 미국은 독일과 러시아에 대해 이라크 전후복구사업 참여라는 당근을 내밀고 있으나 이 역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결의안 지지국은 당초의 4개국(미국 영국 스페인 불가리아) 그대로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반면 반대국은 5개국(프랑스 러시아 독일 중국 시리아)에서 멕시코와 파키스탄이 가세,7개국으로 늘어났다. 나머지 4개국(기니 앙골라 칠레 카메룬)은 여전히 중립입장이다. 여기다 한스 블릭스 무기사찰단장이 7일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3차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중립국들도 결의안 반대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확산되는 반전물결 멕시코가 결의안 반대입장을 밝힌 이날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 스웨덴 이집트 등에서는 대규모 반전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고등학생들까지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이 대열에 합류,반전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미국 3백여 고등학교 및 대학교는 동맹휴업을 했고 영국에서는 수천명의 학생들이 이날을 '국민 행동의 날'로 정하고,동맹휴업과 함께 반전집회를 가졌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