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가 경쟁력을 위하여..裵洵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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裵洵勳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
세계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 경영대학은 매년 아시아 비즈니스회의를 개최한다.
올해는 2월 14,15일 하버드대의 대강당 버든홀에서 '아시아의 재발명'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우리나라에선 필자가 '정보통신강국 한국'에 대해 강연했다.
그런데 강단에 올라 청중을 바라보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청중의 절반 이상이 중국학생·교수들이었기 때문이다.
2년 전 1천명 이상이 모인 베이징대학 강연에서도 이같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중국은 이제 예측한대로 세계의 슈퍼파워로 부상하고 있다.
원탁 토론에 참가한 MIT대학의 레스터 서로 교수는 "세계의 생산공장은 중국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의 국가는 중국보다 기술이 앞서든가,임금이 싸든가 두가지 중 하나를 강요받는 입장에 놓여 있다"고 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어렴풋이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을 뿐 그 외의 국가는 중국보다 임금이 저렴하지 않고는 향후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가 정보통신 강국이 된 것은,일본을 배우거나 세계 추세를 따라가다 보니 이루어진 게 아니다.
미래의 변화를 내다보는 몇몇 엘리트들이 세계가 간과했던 CDMA를 채택하고 ADSL을 채택해서,미국 일본을 정보 후진국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 고등교육을 받은 인적자본이 축적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재주 있는 몇몇이 세계 정보통신산업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발전을 리드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은 이런 인재를 국가적으로 키우기 위해 미국 일류대학 교육을 '매점'하고 있다.
중국 대학에서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거액연봉을 주며 세계적인 교수를 초빙하는 한편 고액의 등록금을 내야 하는 미국 일류대학에 엄청난 숫자의 유학생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어려운 미국 장학금을 받아 자력으로 일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들이 있다.
물론 입시지옥을 통과해 일류대학을 졸업한 국내파도 있다.
본인들에게 직접 지불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없었다 해도 그들은 우리 부모 아래서 나라가 지원하는 우리 기초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나라를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으며,동시에 국민은 그들을 성원하는 것이다.
인재의 필요성 때문에 영재교육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한편 우리 사회는,이미 능력을 검증받은 인재들도 직무 역량 외적인 이유로 사장시켜 버린다.
'공학박사 장관'은 기술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기 때문에 선정된 것이지,그의 아들이 군 복무를 마쳤기 때문에 임명된 것은 아니다.
정부 고위직에는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일류대학을 나온 인재가 많다.
이 모두 실력이지 학벌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재벌 회장도 본인 능력이 있어야 그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법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재들을 정서적인 이유로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이 심각히 훼손되는 일이다.
국가가 특별히 비용을 들여 인재를 양성하지는 못할 망정,'국민 정서'라는 이유로 능력이 충분히 증명된 인재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경쟁력 강화는 물 건너간 얘기다.
아시아의 산업역사를 보면 우리는 일본의 수출위주 성장전략을 답습했고,중국 역시 우리와 비슷한 성장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과 다른 것이 기술이라면,중국은 아니 중국 중에 우리와 산업수준이 비슷한 동부 8개 대도시(인구가 우리 2배다)는 자기네 젊은이들을 외국 일류대학에 유학 보낼 것이고,외국의 선진기술자를 초치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조금 나은 것이 있다면 폭넓은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문화다.
경제 사회의 효율은 조직과 시스템을 이용해서 개선할 수 있지만,우리 같이 산업역사가 일천한 나라에서는 영향력 있는 소수의 엘리트 인력집단이 있어야 한다.
학벌·파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뭉친 엘리트집단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개방된 세계시장에서 증명된 인재들을 아끼고 또 인재를 양성해야 경제도 성장하고 농어촌도,저소득층도,장애자들도 잘 살게 되는 것이다.
soonhoonbae@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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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