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이 제자의 11연패를 저지하며 승부를 최종국으로 몰고갔다. 지난 6일 서울 하얏트호텔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14기 기성전 도전 5번기 제4국에서 도전자 조 9단은 기성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막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승2패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기성 타이틀의 주인공은 오는 31일 열릴 최종 5국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1승2패로 막판에 몰린 조 9단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었다. 초반은 흑을 쥔 조 9단이 특유의 발빠른 행마로 실리에서 앞서 나가며 국면을 리드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이 9단이 저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변 전투에서 포인트를 올린 이 9단은 흑의 보고인 중앙까지 무력화시키며 1백40여수의 시점에서 미세하나마 역전에 성공했다. 인터넷 중계를 맡은 장수영 9단은 "끝내기가 강한 이 9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 9단이 덤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백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조 9단은 초읽기에 몰린 이 9단에게서 나온 실착을 놓치지 않았다. 조 9단은 좌중앙의 흑·백 미생마끼리 얽힌 대형 수상전 끝에 단 한 수 차이로 거대한 백대마를 포획하며 결국 이 9단의 항복을 받아냈다. 대국 후 이 9단은 혈전을 치른 사람답지 않게 밝은 얼굴로 스승과 30여분간 복기를 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